돈 없다고 떼였던 방산개발비…'K2 전차' 승소가 바꾼 국방 관행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2.12.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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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두산인프라 소송 대리 법무법인 화우 "방산계약 개발비 축소 관행 제동"

K2 전차. K2 전차.


K2 전차 엔진을 개발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노력과 헌신이 법원에서 인정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한상)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 (8,020원 ▲50 +0.63%)가 국방과학연구소를 상대로 제기한 정산금 청구 소송에서 국방과학연구소가 K2 전차에 탑재된 1500 마력 전차 엔진 개발에 투입된 원가비용 148억원과 지연손해금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K2 전차를 설계한 국방과학연구소는 2005년 엔진을 국산화하기로 결정하고 개발사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선택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개발비 685억원(정부투자비 409억원, 업체투자비 276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1500마력 전차 엔진을 개발했다.



문제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엔진 개발을 마무리한 뒤 국방과학연구소가 정산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정부투자비 409억원은 국방과학연구소가 확보한 예산 범위를 넘어 투입된 개발비용이라는 이유였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계약서에 '확보한 예산 범위에서 정산한다'는 문구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개산계약의 특성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가 K2 전차 엔진 개발비용으로 투입됐다고 인정한 정산원가 전부를 현대두산인프로코어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산계약이란 국가 계약에서 예정가격을 작성하기 곤란할 경우 개략적인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은 사후에 정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확보한 예산 범위에서 정산한다'는 문구 역시 정산금의 상한을 정한 것이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에 예산을 확보할 의무를 확인한 데 불과하고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정산금을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계약 해석은 국가계약법령은 물론 형평의 원칙에도 반하는 만큼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주요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요구한 정산금 가운데 추가 집행분에 관한 정산금을 제외한 148억원 지급을 인용했다.

이번 판결로 방위산업물자 개발에 소요될 원가 비용을 예상하기 어려워 통상 개산계약으로 체결되는 방산계약에서 발주자인 국가기관이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개발 비용을 줄여 정산하는 방식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시장과 법조계에서는 K2 전차 엔진 개발을 담당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노력이 일부 보상받게 된 의미가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의 박재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각고의 노력 끝에 현대두산인프리코어가 개발에 성공한 1500마력 엔진을 바탕으로 K2 전차가 한국 방위산업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화우는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지 않은 정산금 부분에 대해 항소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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