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 꿈꿨던 투자자들 "돈 빼"…공모주 펀드서 3조원 빼갔다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2.12.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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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상' 꿈꿨던 투자자들 "돈 빼"…공모주 펀드서 3조원 빼갔다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자 공모주펀드 자산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 연초이후 3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출되면서 이로 인해 지난해말 8조원에 달했던 순자산이 4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잇따른 상장 철회,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기관의 현금확보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연초이후 145개의 공모주펀드에서 2조7867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공모주펀드에 3조6153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과 비교된다.



올 초까지만해도 공모주펀드의 설정액은 6조937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공모주 시장이 부진을 겪으면서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 설정액은 3조7653억원으로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 (372,000원 ▼500 -0.13%)의 IPO절차가 진행된 1월을 제외하고 2월부터 공모주펀드에서 매월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연초이후 가장 자금이 빠져나간 펀드는 다올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다. 1월부터 지난 13일까지 2630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어 GB100년공모주(-1408억원), 흥국멀티플레이30공모주(-1391억원), 다올KTB공모주10(-1266억원), 유진챔피언공모주(-1212억원), 웰컴공모주코넥스하이일드(1174억원) 순이다.



공모주 시장이 냉각된 건 IPO 기업들이 공모를 철회한 탓이 크다. 올 들어 IPO를 철회한 기업은 총 13곳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종목들이 연이어 상장 철회 또는 연기를 하면서 투자 열기는 급격히 식었다.

올해 IPO시장은 상장 종목수 기준으로는 연초 이후 11월말까지 72종목이 상장되며 전년도 같은 기간 92종목 대비 21.7%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과거와 같은 따상 현상이 사라지면서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개인들의 외면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개인들은 주식형 펀드보다 채권이나 부동산펀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 이후 현금 확보에 나선 기관들로 인해 자금 유출은 더욱 본격화됐다.


증권업계에선 내년 IPO 기업 수나 공모 규모가 올해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본다. 내년 상반기에 몸값을 낮춰 재도전하는 기업들과 오랜 기간 심사과정에 머물러 있는 기업들이 대거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실화된 몸값으로 상장에 재도전할 상장 철회, 상장 연기 기업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다"면서 "유동성이 감소한 시장과 기업의 희망 시가총액 사이에서 그 간극을 줄이는 과정이 기업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다수의 기업이 외부 자금 유치, 기존 투자자의 회수를 목적으로 상장에 재도전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IPO 시장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면서 "시중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해 발이 묶인 기관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IPO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실패한다면 시장 분위기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공모주에 투자하는 공모주펀드에서도 자금 이탈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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