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본사 전경 서울
KT&G (89,300원 ▲300 +0.34%)는 1987년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전매공사로 설립됐다. 1988년 7월 한국 담배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1997년에 주식회사로 경영체제가 변경됐다. 이후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 방침에 따라 1999년 홍삼사업을 분리해 한국인삼공사(KGC)를 출범시켰고 2002년 민영화 방침에 따라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주식회사 KT&G로 상호를 변경했다.
국내 궐련 담배 시장의 65.2% 점유한 압도적인 1위 사업자
지난 10년간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크게 하회한 적이 없었다. 안정적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주주정책도 강점으로 꼽혀왔는데, 최근에는 이 부분의 메리트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회사측이 밝힌 중장기 (2021~2023년) 주주환원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배당성향이 무려 58.9%에 달했다. 여기에 잔여 이익금은 자사주 매입으로 진행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KT&G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6%에 달한다. 242개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대신증권, 올해 추정치)은 21.1% 수준이니 3배에 육박하는 KT&G의 배당 무게감을 가늠할 수 있다.
배당성향 60% 육박. 코스피 평균의 3배인데…배당 더 내놔라그러나 행동주의 펀드들은 KT&G의 주주정책은 물론 경영방향과 미래전략에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선 안다자산운용이 있고, 해외에는 이상현 전 칼라일 한국대표가 얼마 전 설립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가 공격대열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이슈는 무척 다양하지만 내용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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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P가 지난 10월 KT&G 이사회에 발송한 서한에는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궐련형 전자담배 '릴' 글로벌 전략수립 요청 △비핵심사업 정리 △유보현금의 주주정책 추가활용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주 제안 내용이 담겼고 이는 안다자산운용에서도 거론한 부분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인지 FCP는 이달 9일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명회를 열어 목소리를 높였다.
간담회에서 FCP 이 대표는 KT&G 경영진이 성과급 대신 스톡옵션을 받도록 해 주가부양에 신경쓰도록 하고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정식으로 해외에 유통해 매출 비중의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릴'의 해외유통은 경쟁사인 필립모리스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자담배의 해외 매출액과 이익도 세부적으로 공개하라고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배당요구에 대해서는 "기업을 거덜내는 수준"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난 11월 안다자산운용이 KT&G에 보낸 서한에는 기존 배당을 유지하면서, 이에 더해 앞으로 3년간 매년 추가로 5000억원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라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이 내는 이익(2021년 연결순익 9772억원, 배당 5759억원) 이상을 배당하라는 요구이니 배당성향이 100%를 훌쩍 넘는다. 이렇게 되면 신규투자는 엄두를 내기 어렵고 임금인상과 연구개발, 마케팅도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 된다.
그러면서도 담배사업에 5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2030년까지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의 매출비중을 100%까지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반 궐련담배사업은 아예 접으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한국 편의점에서는 수입담배만 팔리게 되고, 공들여 개척한 해외 담배시장도 외국계 업체에 넘겨줘야 한다. 시장이 파괴될 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으로 높은 배당을 유지하는 현재의 구조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다.
인적분할하면 주가 빠지는데…KGC 인적분할 요구하는 진위는
그러나 시장에서는 오히려 KGC인삼공사의 인적분할을 악재로 보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인적분할을 발표한 기업 13곳 가운데 인적분할을 발표한 이사회 결의일 다음날에 주가가 오른 곳은 코오롱글로벌 단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2곳의 경우 인적분할을 발표한 직후 5% 안팎 주가가 하락했다. 이후 주가 역시 인적분할 발표 시점 수준에 머물거나 20% 가까이 하락한 곳도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사업부가 분할될 경우 높은 멀티플이 적용되 분할 후 합산 시가총액이 늘어난다는 기대감이 있긴 하다"며 "그러나 2017년 이후 인적분할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분할 재상장 이후 합산시총이 늘어나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분할이 주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사용되는데 지주회사의 멀티플 하락폭이 사업 자회사에 대한 멀티플 상승폭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적분할 재상장 후 3개월 주가 상승기업은 37%, 하락기업은 63%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는 상장 자회사 2곳인 메리츠화재(지분율 59.5%)와 메리츠증권(53.4%)을 100% 자회사로 편입해 완전 자회사로 흡수, 상장폐지 한다고 발표했다. 인적분할과 반대되는 조치였는데 이 발표 후 메리츠 3사가 동반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OCI는 주가가 급락했다.
아울러 KT&G와 KGC인삼공사가 분할한다면, 양사를 합해 지금과 같은 고배당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는 KT&G의 사업부문들이 경기에 따라 방향을 달리해 움직였기 때문에 플러스, 마이너스 성장이 보완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효과를 누려왔다. KGC인삼공사의 경우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지만 코로나19(COVID-19)로 해외출국이 줄어들면서 면세점 판매실적이 급감했다. 반대로 궐련형 담배와 전자담배는 이 기간에도 성장을 계속해 KGC인삼공사의 어닝쇼크를 보완했다.
실제 담배부문 매출액 증가율(부동산과 화장품 등 기타사업을 포함한 전년대비 성장률)은 2021년 3.4%, 2022년 9.3%(신한투자증권 추정), 2023년 5.6% 등이다. 이 기간 KGC인삼공사는 -3.1%, -2.8%, 8.8% 등이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장처럼 인삼시장이 2014~2019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했을지 몰라도 현재처럼 마이너스 성장이 나오는 상황이 나타나면 손실발생시 충격을 완화하기 어렵다.
1% 지분으로 최대주주 영향력 행사하려는 행동주의 펀드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성장의 과실을 함께 하는 장기투자가 아니라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미국에서 행동주의 펀드를 집중해 운영하고 있는 칼 아이칸은 지난 2006년 KT&G 지분을 5% 이상 산 뒤 한국인삼공사 상장, 유휴부동산 처분, 주주환원책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후 주당 6만원의 공개매수를 제안하고 주식매집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KT&G가 제시한 '마스터플랜'에 합의하며 1년여 만에 보유지분을 분산 매각해 15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얻은 뒤 한국을 떠났다.
KT&G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KGC인삼공사의 실적성장과 해외수출 확대는 KT&G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도 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며 "정관장 수출지역을 보면 KT&G가 일반, 전자담배를 납품하며 다져놓은 수출선과 상당부분 겹치는데 이는 KT&G의 후광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GC인삼공사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도 KT&G 주가에 좋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행동주의 펀드들의 액션에는 선을 두고 거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