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때문에 지난달 막을 올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극본 홍문표 이윤정, 연출 이윤정 홍문표, 이하 ‘아하아’)는 제목을 접한 순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바람은 주인공 중 누구의 것일지, 그 바람이 제대로 이뤄지긴 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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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작 웹툰을 접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첫 화에 담긴 여름의 이야기에 고개를 내저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어디까지 참을 수 있나 보자’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봐’라고 시험이라도 하듯 여름을 현실의 끝까지 내모는데, 부당한 일을 당했음에도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채 참기만 하는 여름의 성격까지 더해져 답답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펼쳐질 여름의 ‘인생 파업’ 선언을 위한 빌드업(최종적인 결과를 위해 단계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결국 첫 화 말미 여름은 퇴사 선언과 함께 애쓰며 버텨온 서울 생활을 정리한다. “남의 눈치 신경 쓰지 말고, 내 뜻대로 살아보자”며 단출한 짐만을 들고 발길 닿는 대로 떠난다.
여름의 인생 2막과 함께 비로소 힐링 드라마가 펼쳐진다. 여름이 도착한 곳은 깨끗하고 반짝이는 바다가 반기는, 때로는 아이들이 뛰놀기도 하는 도서관이 있는 안곡 마을이다. 모아둔 돈도 얼마 없는 여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최대한 버티기 위해 오랜 시간 빈 상태(심지어 사람이 죽어 나갔다는)로 방치된 당구장을 월 5만 원에 1년 살기로 계약하고, 제 하루 생활비를 1만 원으로 타협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이곳에 당도한 여름에게 정해진 일과는 당연하게도 없다. 때로는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도서관 사서로 만나 도서관을 오가며 익숙해진 대범과 여러 소동을 통해 가까워진다. 첫 만남엔 얼굴을 붉혔으나 어느새 절친한 언니 동생이 된 봄(신은수)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거나, 측은지심으로 두 달 치 생활비에 버금가는 돈을 지불하고 거둬들인 강아지 겨울이와 함께한다.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 먹거나 식당에서 반주를 곁들인 순댓국을 먹기도 한다. 그러다 술에 취해 실수라도 하면 온 동네에 순식간에 소문이 난다는 취약점이 있지만, 그 덕분에 봄이 끓여준 북엇국으로 속을 풀기도 한다. 서울에서 온 여름을 온갖 텃세로 내쫓으려던 마을 사람들은 어느새 여름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여름 역시 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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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작 중 이제 막 절반의 이야기가 방송된 ‘아하아’. 원작을 끝까지 보지 않아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 모르고, 드라마의 결말 또한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여름도 대범도 안곡 마을에서 보낸 시간들이, 이 쉼표가 ‘무언가’를 해낼 자양분으로 삼지 않을까 짐작만 해 본다.
열심히 살다 보면 당연한 수순처럼 찾아오는 번아웃. 이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이유에 쉼표를 찍는 것이라는 걸 안다. 다만 쉼표를 찍기까지 수많은 상황들을 고심해야 하기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날, 하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꿈을 대리 실현해 줄 ‘아하아’를 추천한다. 적어도 팍팍한 일상 속 잠시나마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사탕 한 알의 힘은 얻을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