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의 모습. 서울시가 올해 마지막날 보신각에서 타종 행사를 정상 개최하면 3년 만에 이 같은 풍경이 재현될 예정이다. /사진= 뉴스1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된 채 연말을 맞았다. 코로나19(COVID-19) 유행이 일상화 단계에 접어들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연말 문화도 달라졌다. 술로 대표되던 연말연시 풍경이 옅어지고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으로 채워졌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처럼 해외로 나가거나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연말을 보내려는 사람들도 나온다.
과거 송년회가 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술을 강요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평이다. 정씨는 "이번 송년회에서는 소맥이 아닌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며 "원하는 사람만 참석해 자유롭게 마시고 가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일반 회식을 할 때도 개인 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업무 시간인 오후 4시쯤 나가서 저녁 6~7시면 끝난다"고 했다.
대학가에선 베이킹·클라이밍 '원데이 클래스'로 신년 준비
대학생 이모씨(23)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함께 만든 케이크(왼쪽)과 2020년 크리스마스에 지인들에게 선물한 트리 모양의 쿠키. /사진=독자 제공
코로나19 기간 시작된 원데이 클래스의 인기가 올해 연말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씨는 "특히 크리스마스 수업이 인기인데 커플이나 여성 2인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는 크리스마스 쿠키 수업을 운영 중인데 지난달 중순에 공지를 올리자 크리스마스 전후 수업이 며칠 만에 마감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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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씨(23)는 지인들과 베이킹을 하며 연말을 맞을 계획이다. 2년 전부터 베이킹을 하면서 연말을 보냈다는 이씨는 "코로나19 시기에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비대면 수업을 하다 보니 베이킹을 하게 됐다"며 "올해는 친구들을 초대해 '원데이 클래스'로 가르쳐주면서도 함께 케이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원데이 클래스가 인기를 얻으면서 수업 분야도 다양해졌다. 친구들과 클라이밍(climbing, 인공암벽등반) 원데이 클래스를 듣던 대학생 남모씨(24)는 운동을 하며 연말을 보낼 계획이다. 남씨는 "연말을 앉아서 보내는 건 지루하다"며 "크리스마스에 클라이밍 센터에서 작은 대회를 연다고 해서 친구들과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일상화에 해외서 연말 맞이…3년 만에 제야의 종소리도 울린다코로나19 유행이 일상화 단계에 접어들며 해외에서 연말을 맞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모씨(30)는 크리스마스 때 여자친구와 일본 도쿄에 가기로 했다. 김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대만이나 베트남 등 비교적 날씨가 온화한 나라에서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김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라 대도시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도쿄를 선택했다"고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무비자 입국과 개인 여행이 허용되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젊은 층이 늘었다"며 "이번 연말에 많은 여행객이 일본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재개되는 보신각 타종 행사에도 사람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자정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예정이다. 1953년 이후 매년 진행된 보신각 제야의 종은 2019년 12월31일 자정에 진행된 타종행사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간 중단됐다.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최모씨(26)는 "서울 생활 7년 동안 한 번도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며 "올해는 남자친구와 함께 직접 보신각에 가서 종소리를 듣고 다음날 아침에 가까운 산에 올라가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