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농부들이 재배한 밀…1.3조원어치 싹 쓸어갔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2.12.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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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이 도네츠크 지역의 밀밭에서 지뢰를 찾고 있다./AFPBBNews=뉴스1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이 도네츠크 지역의 밀밭에서 지뢰를 찾고 있다./AFPBBNews=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재배한 밀을 1조원어치 이상 수확해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식량안보·농업 프로그램인 나사 하베스트는 위성이미지 분석을 통해 약 600만t(톤)의 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수확됐다고 밝혔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억달러어치(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나사 하베스트는 러시아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기른 밀의 약 88%가 수확된 것으로 분석했다. 최전선 지역에선 작물 수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밀의 약 4분의 1은 러시아가 합병했다고 주장하는 4개 지역(도네츠크, 루간스크, 헤르손, 자포리자)에서 재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선박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서 수확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물을 리비아와 이란 등으로 수출해왔다면서, 이를 통해 상당한 수입을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방 매체들은 러시아 점령지에서 친러세력이 우크라이나가 심고 키운 밀을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남기고 간 장비를 이용해 수확했으며, 위성사진 등을 토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시리아 등으로 운송했다고 보도해왔다.

주요 상품 거래 허브인 스위스 당국은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상품 약탈로 벌어들인 돈이 전쟁범죄에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작물 약탈은 없다고 부정하지만, 러시아 관리들은 점령된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작물을 획득했다고 선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곡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대 밀 수출국인데, 전쟁으로 작물 수확과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러시아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항구가 봉쇄되면서 올해 한때 주요 식량 가격이 급등, 세계 식량 시장에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지난 7월 러시아가 흑해 봉쇄를 풀고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을 열어주기로 하면서 시장은 다소 안정됐지만 밀 가격은 과거 평균을 웃돌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 밀 선물가격 5년 추이 (단위=달러/부셸)/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시카고선물거래소 밀 선물가격 5년 추이 (단위=달러/부셸)/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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