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취임 후 첫 인사 이번 주 나온다…키워드는 '실적·여성·안정'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12.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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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


재계 서열 1위 삼성이 이번 주 주요 그룹 중 마지막으로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다. 이재용 회장의 취임 후 첫 번째 인사인 만큼 새로운 삼성의 비전과 경영 위기를 헤쳐 나갈 대응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지만, 이미 수십여명의 임원에게 퇴임 선고가 내려진 만큼 기존 인사폭을 벗어나는 '깜짝 인사'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5일이나 6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주 후반 이미 주력 사업 부문인 반도체(DS) 부문을 중심으로 부사장급·상무급 임원 상당수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만 60세 이상의 고위 임원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30~50대 젊은 임원들이 승진하는 구조인 '60세 룰'도 적극 적용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 내 부사장급 이상 임원 중 60세 이상은 약 20여명이다.



당초 재계는 이번 인사가 혁신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 한종희 DX(완성품) 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 부문장(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삼성을 총괄하는 '투 톱' 체제가 갖춰진 지 1년 정도가 된 만큼 조직 외형은 유지하되 부사장급 이하의 임원 인사를 통해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다. 이재용 회장 취임 첫해인 만큼 큰 폭의 인사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지속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 85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1.39%나 급감했으며, 재고자산은 51조 3198억원에 달한다. 반도체·가전 등 주력 업종 시장이 위축된 탓으로,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내년까지 3~5%대의 역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DS부문에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40대 부사장 10명과 30대 상무 4명을 선임하는 등 젊은 인재를 대거 등용한 점을 미뤄 볼 때 올해에도 내외부에서 젊은 층 중심의 '깜짝 인사'가 있을 가능성도 높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취임 직후 사내 게시판에 취임사를 대신해 올린 글에서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가전사업부는 지난 7월 드럼세탁기 '비스포크 그랑데 AI'의 강화 유리문이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른 것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이재승 전 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돌연 사임하면서 이기수 부사장이 대신 출석했다. 현재 한종희 부회장이 후임 생활가전사업부장직을 겸직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에서 새 생활가전부문장이 선임될 전망이다.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등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그룹 내 유일한 여성 사장은 이재용 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과 양혜순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삼성 계열사에서는 삼성SDI의 김봉옥·김영주 부사장이 사장 승진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재계 안팎에서 거론되던 그룹 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 부활은 이번 인사안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미전실 관련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고, 이 회장이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해 온 만큼 미전실 복원이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다. 현재 삼성은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와 금융 경쟁력 제고 TF,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 TF등 3개의 TF가 계열사 간 협력을 총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가전·반도체 시장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대내외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이번 인사에서 인적 쇄신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 CEO의 대부분은 유임시키면서 세대 교체와 인재 발탁을 중심으로 한 '안정 속 혁신'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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