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 국가배상 추가된다…대법 "소멸시효 남아"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2.11.30 16:22
글자크기
=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 발생 24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강기훈씨(54)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김춘호)는 6일 강씨와 강씨의 가족 등 6명이 국가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강신욱 부장검사 등 3명을 상대로 낸 31억원 상당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 등은 강씨와 강씨 가족에게 6억8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뉴스1 DB)2017.7.6/뉴스1  =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 발생 24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강기훈씨(54)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김춘호)는 6일 강씨와 강씨의 가족 등 6명이 국가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강신욱 부장검사 등 3명을 상대로 낸 31억원 상당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 등은 강씨와 강씨 가족에게 6억8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뉴스1 DB)2017.7.6/뉴스1


'유서대필 조작사건' 피해자 강기훈씨가 추가적으로 국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멸시효를 이유로 과거 수사 과정의 개별 불법행위에 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결과를 대법원이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0일 강씨와 가족이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을 잘못 적용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 불법행위에 대한) 강씨의 청구는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라고 볼 수 있다"며 "원심은 이 부분에 대해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해 원고들 청구를 배척했으므로 파기한다"고 했다.



하급심에서는 불법 필적 감정으로 강씨가 피해를 본 점은 인정됐지만 위법한 조사, 접견교통권 침해, 피의사실 공표 등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개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1991년부터 24년이 지난 2015년 소송이 시작돼 장기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것.

민법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으로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재정법은 국가에 대한 금전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8년 국민보도연맹 등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조작의혹사건'에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강씨가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인 김기설씨의 분신자살을 방조하고 유서를 대신 썼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강씨는 징역 3년을 확정받아 복역했지만 재심을 청구해 2014년 무죄를 받았다. 강씨는 2015년 국가를 상대로 총 3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2017년 국가와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감정인 김모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총 8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수사 책임자였던 강신욱 전 대법관(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당시 주임검사)의 강압행위를 일부 인정했지만 배상 청구를 위한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2심은 국가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필적감정인 김씨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항소했는데, 2심이 이를 받아들여 배상책임이 없다고 봤다. 1심과 같이 검사들에게 배상 책임을 묻기 위한 소멸시효도 완성됐다고 봤다. 2심은 국가가 강씨에게 8억원, 아내에게 1억원, 두 동생에게 500만원씩, 강씨 부모에게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 재판부는 검사들과 필적감정인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은 소멸시효 완성에 따라 사라졌다고 본 원심 판단은 그대로 확정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