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이라더니 '유령통장' 됐다…70만→2.6만명 가입자 증발, 왜?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11.2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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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이라더니 '유령통장' 됐다…70만→2.6만명 가입자 증발, 왜?


'만능통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개형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유령통장'으로 전락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앞두고 파격적인 절세 혜택을 내세웠는데, 금투세 유예 가능성과 주가 하락 등이 겹치며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개형ISA 신규 가입자는 2만5963명으로 전월 대비 3913명 감소했다. 올해 1월 신규 가입자는 73만5000여명에 달했지만 점차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신규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9월말 기준 1계좌당 투자금액은 평균 181만원이다. 수천만원씩 투자하는 일부 고액 투자자들이 평균을 끌어 올렸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개형ISA 가입자 대다수가 거의 투자를 하지 않는 휴면계좌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ISA 유형인 신탁형과 일임형의 1계좌당 투자금액은 평균 1138만원, 607만원이다.

ISA는 주식, ETF(상장지수펀드),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계좌다. 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세제혜택도 주어져 만능통장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초 중개형ISA의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 역시 세제혜택 때문이었다. 내년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연 5000만원을 초과하는 주식 매매차익에 20~25%의 세금이 부과되지만 중개형ISA를 통해 투자하면 전액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배당·이자 소득과 펀드 등 기타 금융상품의 투자이익도 200만원을 공제한 뒤 9% 세율로 저율 과세한다. 일반 계좌로 투자할 때 발생하는 세금(14%)보다 훨씬 저렴하다. 주식,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손익을 통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ISA 납입 한도는 1년에 2000만원씩 최대 1억원이기 때문에 금투세를 내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이 미리 대거 ISA에 가입했다. 빨리 가입할수록 ISA에서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정권이 바뀐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투세를 2025년으로 2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중개형ISA의 가입 유인은 급격히 떨어졌다. 주식 외에도 다양한 비과세 혜택이 있지만 투자자 대다수가 주식 직접투자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주식 절세 매력이 사라진 ISA에 가입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금투세 도입 강행 의지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재검토쪽으로 당 내 기류가 바뀌면서 내년 금투세 도입 여부는 더 불투명해졌다. 지난 7월 정부가 제시한 세법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면 금투세 도입은 2년 유예된다.

올 들어 증시가 부진하면서 투자자 대부분이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도 중개형ISA 가입자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개형ISA는 신탁형이나 일임형과는 달리 투자자가 직접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중개형ISA 가입자 대다수는 공격투자성향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편이다.

9월말 기준 중개형ISA 계좌의 주식 편입 비중은 52.5%로 지난해 말(47.8%)보다 더 늘었다. 올해 주가 급락으로 주식 평가금액이 감소한 걸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금액을 주식 '물타기'에 활용했다는 의미다. 국내 ETF 비중은 15.6%로 주식 다음이다. 나머지가 예적금(12.4%), ELS·DLS(6.3%), 해외 ETF(4.9%) 등이다.

주식과 국내·외 ETF 비중이 73%에 달한다. 올해 국내 주식뿐 아니라 S&P500과 나스닥 등 미국 주식 역시 급락하면서 중개형ISA 계좌의 평가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주로 은행에서 가입하는 신탁형ISA는 투자금의 90% 이상이 예적금이다.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최근 금리도 크게 올라 수익률이 쏠쏠하다. 금융회사가 제시한 모델 포트폴리오 상품에 투자하는 일임형 역시 올해 누적 수익률이 평균 14.87%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던 채권 투자가 중개형ISA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중개형ISA로는 개별 채권 상품에 투자할 수 없어 투자자 선택에 제약이 있다"며 "증시 부진과 금투세 도입 유예까지 겹치면서 관심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투세 도입 여부와 별개로 중개형ISA가 본래 취지대로 국민 재테크 계좌로 거듭나려면 여러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절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대 1억원까지인 한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며 "19세 미만 가입 제한도 완화해 해외처럼 청소년기부터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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