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는 생보사가 파는 운전자보험?···손보사 '동요'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2.11.16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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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적용됐던 원칙인 '1사1라이선스'를 완화하기로 함에 따라 보험사 영업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출산·고령화로 기존 장기보험상품 영업에서 애를 먹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이 손보상품 판매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다. 특히, 운전자보험이나 여행자보험 등 손보사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시장을 나누게 될 손보사들은 동요하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21일 보험분야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한다. 1사1라이선스 원칙을 보다 완화해 생보사가 손보사 상품을, 손보사도 생보사 상품을 파는 자회사를 둘 수 있게 할 방침이다.



1사1라이선스는 1개 금융그룹이 생보사와 손보사 각각 1개만 운영할 수 있게 한 원칙이다. 그동안은 생보사나 손보사를 가진 금융그룹이 동일 업종의 보험사를 하나 더 운영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생보사가 손보사의 소액단기보험만 파는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반대로 손보사가 생보사 단기상품을 판매하는 자회사를 만들 수 있게 한다는 방침까지 거론했다. 보험산업에 더 활력을 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1사 1라이선스 제도를 유연화해 보험사들이 펫보험 특화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입장은 크게 갈린다. 생보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장기보험을 주로 취급해 왔지만 국내 인구구조상 시장 한계에 직면해 있어서다. 지속적으로 확장가능성이 높은 손보사 단기 상품 판매 허용을 요청해 왔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펫보험은 사실상 제2의 실손의료보험으로 여길 만큼 손해율이 높다는 인식이 있다"며 "단기로 팔 수 있는 운전자보험이나, 여행자 보험, 배상 책임보험, 배달 라이더 대상 보험, 킥보드 사고 보장 보험 등을 고려하는 생보사들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손보사들은 업권 고유 영역 침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자회사를 만들어 풀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소액단기상품은 대부분 손보업계 상품이어서다. 1사1라이선스 완화 방침이 결국은 생보업계 지원책이라는 불만도 나오는 등 동요가 적지 않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업계 공통 이슈들이 많아 생보·손보업계 모두 한 목소리를 내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건은 극명하게 입장이 갈릴 것"이라며 "자칫 해당 규제 완화 방침 때문에 생보와 손보 갈등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기 손보 상품을 생보사가 직접 파는 것이 아니라 따로 전문 자회사를 두고 운영되는 것이라 모회사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다음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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