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돌아온 '반값 아파트' 성공하려면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22.11.1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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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반값아파트'가 10년 만에 돌아온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다음달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3단지에 짓는 500가구를 반값아파트로 공급할 예정이다. 반값 아파트는 토지임대부주택을 말한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형태다. 건물만 분양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서 반값아파트로 불린다.

고덕강일지구에 들어서는 반값아파트의 예상 분양가격은 전용 59㎡ 기준 3억5000만원 선이다. SH공사는 올 상반기 4억원 선으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5000만원을 더 낮췄다. 반값아파트가 들어서는 인근 아파트 단지의 같은 평형 호가는 10억~11억5000만원이다. 급매물건이 8억5000만원에 나와 있는데 급매 물건을 기준으로 해도 5억원이 저렴하다.



하지만 SH공사의 반값아파트 공급 계획 발표 이후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가령 주변 같은 평형 아파트 가격이 8억원보다 더 낮아지면 반값아파트의 이점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파트는 원래는 땅과 건물을 같이 분양하는데 건물만 분양하다보니 가격이 낮아진 것이지, 건물의 분양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토지를 보유할 수 없는 단점이 있는데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만 내세운다는 비판이다.

반값아파트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시세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건물을 분양받아 거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건물만 분양받기 때문에 향후 건물의 가치가 하락하면 자산의 가치도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정부는 시세차익의 70% 보장을 내세우지만 인근 다른 집으로 이사하려면 시세의 30%에 달하는 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토지임대료도 부담이다. 토지세는 내지 않지만 토지를 빌려쓰기 때문에 별도 임대료를 내야한다. 토지임대료의 책정가에 따라 3억5000만원+알파가 된다. 만약 토지임대료가 매월 30만원이라면 30년을 거주했을 때 1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부담하게 된다.

SH공사도 이런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토지임대료를 대폭 할인하거나 아예 안 받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또 거주 의무기간은 줄이고 매매를 자유롭게 해 시세차익을 100%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처음에 분양가격을 정할 때 일정 이익을 남기기 때문에 추가 환수 장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공급 물량도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반값아파트의 물량이 연간 입주 물량의 10%는 차지해야 서울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시민들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전처럼 일부 시민만 혜택을 보는 '로또분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값아파트는 애초 올 상반기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덕강일지구의 지구계획 변경 허가가 늦어지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공급물량도 SH공사가 보유한 토지만으론 한계가 있다. 10년 만에 다시 나온 정책이 성공하려면 어느 때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관련 지자체, 국회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반값 아파트가 또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보세]돌아온 '반값 아파트'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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