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인가봐" 주주 곡소리에도…K진단, 다시 '대박' 자신감 보인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정기종 기자, 박미리 기자 2022.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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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로 뜬 K진단, 끝물이냐 기회냐(上)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다가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국내 진단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쌓았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올린 영업이익만 7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 진단 수요는 이전 같지 않다. 진단기업의 실적은 쪼그라들고 주가는 급락했다. 머니투데이는 국내 주요 진단기업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성장 전략을 알아보는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K진단의 미래는 어떨까.

3년간 7조 이익 낸 K진단 심층조사…"끝물? 美에서 미래 찾는다"
"끝인가봐" 주주 곡소리에도…K진단, 다시 '대박' 자신감 보인 이유


"핵심은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이다."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따라 국내 진단기업을 보는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진단은 끝난 게 아니냔 평가도 적지 않다. 국내 대표 진단기업의 시장가치는 상징적이다. 주가는 고점 대비 80% 이상 떨어졌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 현재 시가총액이 1년 순이익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주식시장에서 보는 기업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은 3~4배 수준이다. 매우 낮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진단에 큰 가치를 주지 않는단 의미다. 더구나 진단기업의 실적은 당분간 역성장이 확실시된다. 'K진단'은 반짝 호황으로 끝날까.

머니투데이는 코로나19 발생 첫 보고(2019년 11월) 만 3년을 맞아 국내 주요 진단기업들을 대상으로 향후 성장 전략 등을 묻는 심층조사(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를 실시했다. 참여를 거절한 회사를 제외하고 7개 기업이 조사에 응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은 에스디바이오센서 (10,110원 ▲160 +1.61%), 씨젠 (22,100원 ▲200 +0.91%), 바이오노트 비상장 (14,500원 0.00%), 랩지노믹스 (2,715원 ▼5 -0.18%), 엑세스바이오 (6,430원 ▼20 -0.31%), 오상헬스케어, 클리노믹스 (2,000원 ▲102 +5.37%)다.



■ "K진단 미래 희망 있다, 엔데믹 전략 이미 마련"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 응한 7개 기업은 모두 이미 코로나19 엔데믹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 결과 7개 기업 모두 내부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제품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내부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진단기업들의 대표적인 코로나19 엔데믹 전략은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에 방점이 찍혔다. 또 M&A(인수합병)나 R&D(연구개발)를 통한 사업 영역 확장, 진단과 IT를 융합한 디지털 전략 등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확보한 탄탄한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 시장 신뢰, 해외 유통망 등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답변이 주를 이뤘다. 우선 전문가들이 보는 진단 시장에 대한 시각과 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세운 내부 전략이 일맥상통한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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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가장 큰 이익을 거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진단 토탈플랫폼을 앞세워 세계 곳곳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면역화학진단, 형광면역진단, 분자진단 등 190종의 진단 제품을 보유했고, 일부 제품은 WHOPQ(세계보건기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를 획득해 전 세계 입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며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자금력을 토대로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브라질 에코(ECO), 독일 베스트비온(Bestbion), 이탈리아 리랩(Relab), 미국 메리디언(Meridian)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힘썼다. 특히 미국 메리디언 인수는 올해 국내 헬스케어 시장 최대 규모 거래(딜)로 주목받았다. 향후 세계 최대 진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씨젠 역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현지법인장과 의과학부문장, R&D(연구개발) 담당을 영입하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미국에서 자체적인 R&D와 제품 개발, 생산 능력을 갖추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주요 전략제품에 대한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완료할 예정이다. M&A도 지속 검토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노트는 글로벌 톱3 바이오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목표다. 주력인 동물진단 분야에서 쌓은 기술경쟁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확보한 바이오 콘텐츠 제품 개발 및 생산 역량, 해외 전략적 제휴사업자가 보유한 영업 네트워크, 브랜드 파워를 합쳐 글로벌 바이오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미국 수탁분석기관 클리아랩 인수를 통한 미국 진단 시장 본격 진출을 주요 엔데믹 전략으로 꼽았다.

클리노믹스는 혈액을 통한 암, 심혈관질환 조기 진단 기술 개발과 미국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요양원 대상 영업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엑세스바이오는 차세대 자가진단키트 개발과 진단-디지털 헬스케어 접목(엑세스바이오), 오상헬스케어는 진단 기술을 동물 대상으로 확대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등 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 K진단의 성장 자신감…하지만 시장 재편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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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참여한 7개 기업 모두 국내 진단기업이 팬데믹 이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봤다.

코로나19로 K진단에 대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데다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과 유럽 의료 시장에 진입하는 등 팬데믹 이전과 기초체력이 달라졌단 분석이다. 세계 시장에서 보는 K진단의 위상 역시 높아졌다. 특히 팬데믹 국면에서 확보한 탄탄한 자금력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란 관측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으로 진단 시장에서 각광 받을 현장진단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현장진단에 대한 의료 현장의 수요를 확인했고, 국내 여러 진단기업이 관련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 세계 현장진단 시장은 2020년 115억달러(약 15조9400억원)에서 2023년 13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진단 제품이 가격은 합리적이면서 품질이 뛰어나단 인식이 전 세계로 퍼졌다"며 "여기에 덩치를 키운 국내 진단기업의 주요 해외 시장 현지화 전략이 더해져 코로나19 이후에도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랩지노믹스는 "국내 진단기업들은 기술력에 막대한 자금력까지 더해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기술력과 대응력을 알렸고 안정적인 제품 조달로 신뢰도를 확보한 만큼 진단키트를 넘어 진단 서비스와 시스템 등으로 사업 다각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조사에 응한 진단기업은 대체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고, 진단 산업과 국내 기술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단 점은 고려해야 한다.

중소 규모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국내 진단 산업의 특성상 엔데믹 과정에서 옥석가리기가 뚜렷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팬데믹 시기 수익을 낸 진단기업과 아닌 기업 간 차이로 인해 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진단으로 탄탄한 자금력과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한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노트는 "유럽 체외진단의료기기 규정(IVDR) 등 해외 시장의 규제 강화와 현장신속검사·대용량 동시 자동화 검사 기술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규모 진단 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 2년간 10조원 쓸어담았다…K-진단 기업들 '대박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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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진단기업들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 실력일까 운일까.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

국내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눈에 띄게 실적이 성장한 10개 기업(에스디바이오센서 (10,110원 ▲160 +1.61%), 씨젠 (22,100원 ▲200 +0.91%), 바이오노트 비상장 (14,500원 0.00%), 엑세스바이오 (6,430원 ▼20 -0.31%), 휴마시스 (1,762원 ▲1 +0.06%), 랩지노믹스 (2,715원 ▼5 -0.18%), 오상헬스케어, 바이오니아 (29,850원 ▲1,400 +4.92%), 제놀루션 (3,905원 ▲35 +0.90%), 수젠텍 (5,630원 ▼20 -0.35%))의 2020~2021년 실적을 합산하면 2년간 총 매출액은 약 10조7800억원, 영업이익은 5조6400억원이다. 대부분이 코로나19 진단 제품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알짜다. 말 그대로 돈을 쓸어 담았다. 이 10개 기업 외에 코로나19 수혜를 본 국내 진단기업은 물론 더 있다.

진단기업들의 코로나19 관련 제품 글로벌 공급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K진단이 팬데믹 국면에서 번 돈은 더 커진다. 지금까지 단순 추정으로도 팬데믹 시기 K진단의 영업이익 총합만 7조원(2020년~2022년 3분기 누적)을 훌쩍 넘는다. 이 돈은 진단 기술 고도화, 해외 시장 진출 등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K진단의 미래 성장을 위한 총알인 셈이다.

더 궁극적으로 국내 민간 시장에서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진단 기술이 발달하고 영역이 넓어질수록 우리 의료 현장에서 예방의학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국내 진단 산업의 지속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도 수반돼야 한다. 민관이 힘을 합쳐 진단 기술 고도화, 디지털 전환, 예방의학과 융합 등에 나선다면 국민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국내 진단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어떻게 기회를 잡았는지 알아보는 일은 K진단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날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아닌 또 다른 팬데믹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 민간의 발빠른 개발-정부의 전폭 지원, 협업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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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진단기업들은 팬데믹 수혜를 톡톡히 본 요인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준비된 기술력, 정부의 발빠른 승인 등 지원, K방역의 후광 효과를 꼽았다.

실제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 참여한 여러 기업이 정부의 전격적인 지원을 K진단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이는 개별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 규제의 수준과 진입장벽이 높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단 사실을 시사한다.

바이오노트는 K진단이 막대한 이익을 거둔 배경으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지금까지 다져온 연구 역량과 신속한 제품 개발 노력이 있었고, 특히 정부의 초기 임상 샘플 제공과 긴급승인제도 운영 등 전격적인 지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봤다.

엑세스바이오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면에서 국내 진단기업이 빠르게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출시한데다 생산능력 확보와 인허가를 위한 관련 기관들의 신속한 협업이 더해진 게 성공의 비결"이라며 "무엇보다 빠른 제품 개발과 정부의 신속한 승인 등 정책적 지원으로 세계 시장에 조기 진출하며 시장을 선점한 게 큰 이익 창출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클리노믹스는 "코로나19 초기 정부의 선제적 방역 대응과 신속한 진단 제품 개발이 주효했다"며 "해외 각국에서 K-방역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면서 한국 진단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오상헬스케어는 "국가 지원으로 팬데믹 초기 여러 국내 기업이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했고, 성공적인 K-방역의 후광 효과가 더해졌다"고 평했다. 랩지노믹스는 "사스, 메르스 등 감염성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으로 국내 진단기업들이 실전 경험을 쌓아온 것도 코로나 사태 대응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국내 진단업계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단 평가도 나온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명확한 성과를 낸 일부 주요 진단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확보했고 자금 여력이 있어 엔데믹 준비도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보는 K진단의 위상이 팬데믹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에 코로나19 진단 제품을 공급하면서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뛰어난 유통망을 확보했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각 진단회사가 차별화된 플랫폼 및 기술 경쟁력을 증명할 경우 이전보다 훨씬 쉽게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 미래 진단 시장은 어떤 모습? K진단 설 자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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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보는 진단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난 뒤 글로벌 진단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까.

국내 진단기업들은 현장진단, 개인 맞춤형 진단 등으로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 진출뿐 아니라 IT와 융합, 디지털 전환, 예방의학과 연계 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경제·문화가 대두되면서 진단 분야에서도 환자 중심, 현장 중심 진료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며 "또 각 나라마다 비대면 온라인 진료에 대한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 분야에서도 필연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따라올 수밖에 없고, 경증 환자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진료 서비스를 받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며 "38개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 37개 국가가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제도적인 한계로 원격 의료 및 진료가 시행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또 "디지털 전환이란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국내 비대면 및 원격 의료 시장과 관련 플랫폼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과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랩지노믹스는 "코로나 이후 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초정밀 의료사회가 다가오면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또 개인의 실생활과 밀접한 간편하고 편리한 진단 서비스 등이 각광 받을 것"이라며 "진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 시장에 적합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 공격적인 투자, M&A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바이오노트 역시 "글로벌 진단 시장은 집에서 스스로 여러 질병을 검사하는 홈케어와 현장진단 등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진단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뉘며 앞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몇몇 대표적 진단기업의 경우 당장의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적극적인 투자가 바탕이 된다면 향후 성장할 예방의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다 본다"고 말했다.

팬데믹에 15만원, 엔데믹에 3만550원…진단키트 투자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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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대이던 휴마시스 주가는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면서 3만4500원(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3개월 만에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후에도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여전히 2만원을 뚫지 못하고 있다. 주주들의 실망은 커졌다. 결국 주주와 기업이 부딪혔다. 현재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놓고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주가 80% 급락…투자자 어쩌나

국내 진단업체들의 주가는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영향으로 급등락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 땐 고성장 기대감이 컸지만,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따라 역성장 우려가 커진 탓이다.

씨젠 (22,100원 ▲200 +0.91%)은 2019년 마지막 날 1만5404원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하고 2020년 8월 주가가 15만원까지 치솟았다. 주가는 연말까지 10만원 이상을 유지하다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 7일 3만55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최고점 대비 5분의1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10,110원 ▲160 +1.61%)는 코로나19 2년차인 작년 7월 상장해 상장 첫날 종가가 6만1000원이었지만 지난달 13일 2만5150원까지 떨어졌다. 상장 후 최저가다. 지난 3일 종가도 3만2100원으로 상장 첫날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사정은 다른 진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수젠텍 (5,630원 ▼20 -0.35%)은 2020년 8월 5만5500원으로 상장 후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7일 종가는 이보다 81.2% 하락한 1만450원이었다. 미코바이오메드 (1,476원 ▼19 -1.27%)엑세스바이오 (6,430원 ▼20 -0.31%)는 코로나19 기간 최고가 대비 지난 7일 주가가 각각 72.8% 떨어졌고, 랩지노믹스 (2,715원 ▼5 -0.18%) 71.9%, 바이오니아 (29,850원 ▲1,400 +4.92%) 70.1%, 클리노믹스 (2,000원 ▲102 +5.37%) 68.8%, 제놀루션 (3,905원 ▲35 +0.90%) 57.6%, 휴마시스 (1,762원 ▲1 +0.06%) 44.6% 등도 큰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닥 지수가 700.48로 2020년 말 대비 27.7%, 2021년 말 대비 32.3% 떨어진 수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 하락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주주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 기업-투자자 갈등 수면 위로

일부 업체들에선 주가 하락으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됐다. 씨젠 소액주주들은 작년 상반기 주가 부양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임시 주주총회 요청 공문 발송, 트럭시위 등에 나섰다.

최근에는 휴마시스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현재 주가가 유지되고 파격적인 주주친화 방침이 나오지 않을 시 주총 안건을 모두 부결하겠다"던 예고를 지난달 실행했다. 이후에는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지분을 모으고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19 확진자 감소, 방역 완화에 따른 진단 수요 감소로 국내 진단업체들은 예년같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기업들은 올해부터 역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만큼 주가가 코로나19 한창 때 흐름을 유지하기 힘들다.

한 임원급 펀드매니저는 "코로나19 초기 수준으로 방역을 강화하거나,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유행하거나,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등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진단기업들의 주가가 코로나19 이슈 때처럼 다시 오를 일은 없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 기업도 죽을 맛…"주가 하락이 기업경영에 영향 미칠 정도"

주가의 큰 변동성에 기업 역시 고민이 크다.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서도 주가 급등락에 대한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A사는 "주가 고점에서 투자한 주주들의 불만과 간섭, 임직원의 사기 저하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B사는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투자를 유치하고 자금조달을 통한 연구개발과 제품 상용화를 목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며 "그런데 팬데믹 때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시장에서 신뢰가 떨어지고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돼 고민이 크다"고 걱정했다.

C사는 "주가는 대내외 경제 지표와 시장 상황에 민감하기 마련"이라며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투자자의 경우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망에 따라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 K진단기업들 "주가 부양, 주요 경영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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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진단기업들의 주가는 코로나19 이후 실적에 달려있다. 국내 진단업체들이 분주히 포스트 코로나19 전략을 짜는 이유다.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체외진단위원회 회의를 위해 모이면 모두들 하나같이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할지 이야기만 한다"고 귀띔했다.

당장 실적 역성장은 피하기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진단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 대부분 코로나19 엔데믹 전략을 마련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주주친화정책도 주요 경영 목표로 삼고 다양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사는 "결국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기술 진보와 새 시장 창출, 해외 시장 진출과 더불어 인적 투자와 리더십 교육 강화,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 구축 등 여러 방면으로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주가치 제고 방안 마련 등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배당과 자사주(자기주식) 매입이 대표적이다. 올해 엑세스바이오가 창사 이래 첫 배당을 결정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지난해 1280억원(결산), 517억원(분기·결산)의 통 큰 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도 이미 708억원, 200억원의 중간 배당을 단행했다. 씨젠은 지난 2년간 3번에 걸쳐 13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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