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15만원, 엔데믹에 3만550원…진단키트 투자 '곡소리'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정기종 기자 2022.11.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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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로 뜬 K진단, 끝물이냐 기회냐③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다가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국내 진단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쌓았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올린 영업이익만 7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 진단 수요는 이전 같지 않다. 진단기업의 실적은 쪼그라들고 주가는 급락했다. 머니투데이는 국내 주요 진단기업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성장 전략을 알아보는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K진단의 미래는 어떨까.

팬데믹에 15만원, 엔데믹에 3만550원…진단키트 투자 '곡소리'


#1000원대이던 휴마시스 주가는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면서 3만4500원(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3개월 만에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후에도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여전히 2만원을 뚫지 못하고 있다. 주주들의 실망은 커졌다. 결국 주주와 기업이 부딪혔다. 현재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놓고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주가 80% 급락…투자자 어쩌나
국내 진단업체들의 주가는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영향으로 급등락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 땐 고성장 기대감이 컸지만,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따라 역성장 우려가 커진 탓이다.



씨젠 (21,900원 0.00%)은 2019년 마지막 날 1만5404원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하고 2020년 8월 주가가 15만원까지 치솟았다. 주가는 연말까지 10만원 이상을 유지하다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 7일 3만55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최고점 대비 5분의1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10,090원 ▲80 +0.80%)는 코로나19 2년차인 작년 7월 상장해 상장 첫날 종가가 6만1000원이었지만 지난달 13일 2만5150원까지 떨어졌다. 상장 후 최저가다. 지난 3일 종가도 3만2100원으로 상장 첫날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사정은 다른 진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수젠텍 (5,380원 ▼70 -1.28%)은 2020년 8월 5만5500원으로 상장 후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7일 종가는 이보다 81.2% 하락한 1만450원이었다. 미코바이오메드 (1,426원 ▼39 -2.66%)엑세스바이오 (6,260원 ▼120 -1.88%)는 코로나19 기간 최고가 대비 지난 7일 주가가 각각 72.8% 떨어졌고, 랩지노믹스 (2,715원 ▼25 -0.91%) 71.9%, 바이오니아 (30,050원 ▼50 -0.17%) 70.1%, 클리노믹스 (1,799원 ▼37 -2.02%) 68.8%, 제놀루션 (3,970원 ▲65 +1.66%) 57.6%, 휴마시스 (1,770원 ▲2 +0.11%) 44.6% 등도 큰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닥 지수가 700.48로 2020년 말 대비 27.7%, 2021년 말 대비 32.3% 떨어진 수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 하락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주주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투자자 갈등 수면 위로
일부 업체들에선 주가 하락으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됐다. 씨젠 소액주주들은 작년 상반기 주가 부양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임시 주주총회 요청 공문 발송, 트럭시위 등에 나섰다.


최근에는 휴마시스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현재 주가가 유지되고 파격적인 주주친화 방침이 나오지 않을 시 주총 안건을 모두 부결하겠다"던 예고를 지난달 실행했다. 이후에는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지분을 모으고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19 확진자 감소, 방역 완화에 따른 진단 수요 감소로 국내 진단업체들은 예년같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기업들은 올해부터 역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만큼 주가가 코로나19 한창 때 흐름을 유지하기 힘들다.

한 임원급 펀드매니저는 "코로나19 초기 수준으로 방역을 강화하거나,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유행하거나,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등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진단기업들의 주가가 코로나19 이슈 때처럼 다시 오를 일은 없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기업도 죽을 맛…"주가 하락이 기업경영에 영향 미칠 정도"
주가의 큰 변동성에 기업 역시 고민이 크다.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서도 주가 급등락에 대한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A사는 "주가 고점에서 투자한 주주들의 불만과 간섭, 임직원의 사기 저하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B사는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투자를 유치하고 자금조달을 통한 연구개발과 제품 상용화를 목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며 "그런데 팬데믹 때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시장에서 신뢰가 떨어지고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돼 고민이 크다"고 걱정했다.

C사는 "주가는 대내외 경제 지표와 시장 상황에 민감하기 마련"이라며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투자자의 경우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망에 따라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K진단기업들 "주가 부양, 주요 경영목표"
팬데믹에 15만원, 엔데믹에 3만550원…진단키트 투자 '곡소리'
결국 진단기업들의 주가는 코로나19 이후 실적에 달려있다. 국내 진단업체들이 분주히 포스트 코로나19 전략을 짜는 이유다.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체외진단위원회 회의를 위해 모이면 모두들 하나같이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할지 이야기만 한다"고 귀띔했다.

당장 실적 역성장은 피하기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진단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 대부분 코로나19 엔데믹 전략을 마련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주주친화정책도 주요 경영 목표로 삼고 다양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사는 "결국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기술 진보와 새 시장 창출, 해외 시장 진출과 더불어 인적 투자와 리더십 교육 강화,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 구축 등 여러 방면으로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주가치 제고 방안 마련 등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배당과 자사주(자기주식) 매입이 대표적이다. 올해 엑세스바이오가 창사 이래 첫 배당을 결정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지난해 1280억원(결산), 517억원(분기·결산)의 통 큰 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도 이미 708억원, 200억원의 중간 배당을 단행했다. 씨젠은 지난 2년간 3번에 걸쳐 13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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