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넘치는 K진단…"고성장 중인 시장, 업계 헛돈 쓰진 않을 것"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11.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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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로 뜬 K진단, 끝물이냐 기회냐⑥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다가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국내 진단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쌓았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올린 영업이익만 7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 진단 수요는 이전 같지 않다. 진단기업의 실적은 쪼그라들고 주가는 급락했다. 머니투데이는 국내 주요 진단기업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성장 전략을 알아보는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K진단의 미래는 어떨까.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사진=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사진=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체외진단 시장이 연 평균 7%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 자체가 발전적이고 희망적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선순환 구조(투자→성장)가 만들어질 것으로 봅니다."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와 연계한 인터뷰에서 "국내 체외진단 기업들이 번 돈을 허투루 쓰진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여러 진단기업이 코로나19(COVID-19)가 유행하는 시기 많은 돈을 벌었다. 일부 회사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1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도 수백억원을 곳간에 쌓아뒀다. 국내 진단기업들이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기업 미래가 달려있어서다.

유 회장은 "돈을 벌었을 때 부동산처럼 본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 먼저 투자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업보다 투자 매력이 크다고 판단한 영향일 수 있다"며 "하지만 진단은 모든 질병에 적용할 수 있어 시장이 무궁무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구개발 기간도 제약만큼 오래 걸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성공 경험(코로나19 시기)도 있다"며 "사업을 접거나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면 투자가 진단 시장 내에서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주기적으로 찾아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 회장은 "팬데믹이 3~5년 주기로 발생할 수 있단 예측이 나온다"며 "업체들도 다른 질환 진단, 다음 팬데믹 준비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질병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데 체외진단만큼 저렴한 수단이 없다"며 "단기간 내 매출이 늘고 줄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업체가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에 그 수가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작년 국내 체외진단 기업은 411곳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유 회장은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한데, 작년 13조원을 생산해 이중 10조원 가까이를 수출했다"며 "내수시장이면 과당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지만 외수시장이기 때문에 업체 수가 많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많은 업체가 자연스레 해외시장에 진출해 국내 체외진단 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시장 성과는 기술력에 달려있다는 게 유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국내 업체들이 이미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직접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 내 성공 사례도 있다. 유 회장은 "오스템임플란트 등 국내 임플란트 회사들이 유럽,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직접 마케팅을 했고 큰 성과를 냈다"며 "치과의사들에 기술을 무료로 교육하는 등 방식의 마케팅으로 시장을 개척한 것을 보면 다른 의료기기 업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어느 지역을 어떻게 공략할지는 각 업체별 전략에 달렸다. 유 회장은 "선진국은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원하는 반면, 저개발 국가는 가격 경쟁력이 좋은 제품을 원한다"며 "이러한 시장 환경에 맞춰 자연스레 업체별 타깃(목표) 시장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내 체외진단 산업 성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거듭 강조했다. 유 회장은 "의료기기는 제품 수명주기가 그렇게 길지 않다"며 "조금만 늦어도 구 의료기기가 되기 때문에 빠르게 허가를 받고 시장에 나가 선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체외진단 기업들이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다른 허가 업무를 중지하면서 발빠르게 대처를 해준 덕분"이라며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앞으로도 허가가 빨리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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