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 배터리 원자재 직접 산다…"IRA로 확보전 가속화"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최민경 기자 2022.11.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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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결의가 필요하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의료, 처방 약,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IRA를 통과시켰다"라고 말했다. 2022.09.14.[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결의가 필요하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의료, 처방 약,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IRA를 통과시켰다"라고 말했다. 2022.09.14.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리튬 등의 배터리 원자재를 직접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원자재 공급망 재편이 필요해진 가운데 치솟는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최근 몇개월 동안 지분 인수부터 다년계약, 선구매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원자재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테슬라와 포드는 지난 6월 호주 광산업체 라이언타운 리소스와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호주 BHG로부터는 코발트를 구매한다.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호주 광산업체 GME 리소스와 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재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각각 호주, 캐나다 업체로부터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테슬라의 경우 최근 스위스 광산업체 글렌코어 지분 확보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전기차 1위를 유지 중인 테슬라가 글로벌 최대 광산업체인 글렌코어에 대한 지분을 최대 20%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원자재 확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회자됐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지분 인수에 대해 "고려한 적 없다"며 부정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원자재 확보를 위해 여러 선택지를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우리가 자원 확보에 있어 공급사보다 더 잘하더라도 그 역량을 다른데 투자해서 이득을 볼 수 있다면 공급사를 쓰겠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채광을 해야한다면 채광을 하겠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달 6900만달러를 투입해 호주 광산업체인 퀸스랜드퍼시픽메탈의 지분을 매수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리벤트로부터 리튬을 선구매했으며, 글렌코어와는 코발트 관련 다년 계약을 맺었다. 광산업계에서 선구매는 흔치 않은 결정으로,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대비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GM은 오는 2025년 말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 원자재 물량을 모두 갖추게 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IRA로 인해 원자재 공급망 재편이 필요해지면서 각 업체가 배터리 원자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IRA는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의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를 사용할 것을 요구해 사실상 호주·캐나다·칠레 등의 광산업체만 선택이 가능하다. 기존 아프리카 등의 공급망은 중국 업체가 꽉 쥐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의 경우 미국에서 아동노동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상해 시장 선점 차원에서 몇년 전부터 원자재 구입을 시도해왔다"며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IRA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확보 경쟁이 가속화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에 상시 대응하고, 관련 대응 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해 사내 구매·연구소·판매·재경 등 전 부문이 참여하는 '원자재협의체'를 신설했다. 원자재협의체는 철판류, 비철금속류, 석유화학 제품류, 귀금속류, 친환경차 소재류, 희토류 등 6대 원자재 관리 항목을 선정하고, 시황 변동 상시 모니터링과 당사 손익 영향 자동 산출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장기 주요 원자재 직접 구매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연단위 물량 확정 계약과 파생 상품 등 금융 상품 헤징을 통해, 원자재 공급 안정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구소 부문을 중심으로 소재 대체 기술 개발, 국산화 공동 개발, 소재 재활용 기술 개발, 원자재 저감 개발 등도 추진 중이다.

기존 공급망도 검토한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지난달 "배터리 밸류체인의 경우 향후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해당 지역 내 공급망 검토 및 주요 부품 리사이클링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며 "전동화 전환의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합작법인 설립을 포함하여 다각적인 현지화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확보전은 산업계 전반에 걸쳐 이미 진행 중이다. SK온은 이날 칠레 SQM과 리튬 장기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호주 레이크 리소스와 리튬 공급 계약을 맺은지 한 달 만이다.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북미시장 대응력을 한층 높인다는 전략이다. 진교원 SK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체결식에서 "이번 계약은 글로벌 생산 확대를 뒷받침하고 대외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업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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