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플레, 한 번도 경험 못한 위기가 온다"…최악의 비관론 등장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11.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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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 헤지펀드로 국내에 유명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전 세계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향해 가고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통제를 벗어나 수십, 수백 퍼센트씩 오르는 상황을 말한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전쟁이나 혁명 등 사회가 크게 혼란스러울 때나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통화량을 지나치게 늘렸을 때 나타난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56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최근 고객들에게 서한을 보내 글로벌 경제가 "극도로 도전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경고하며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얻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며 돈을 값싸게 만든 결과 "유례없는" 요인들이 금융시장을 극단으로 몰고 가고 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가 경험해온 범위의 끝자락 혹은 그 너머의 결과들을 초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 말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가 경험해온 위기 중 최악이 닥치거나 그 이상으로 큰,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엘리엇은 특히 1970년대 오일 쇼크와 장기 침체장, 1987년 증시 폭락,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은 금융위기들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목격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아울러 전 세계가 최악의 위기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 이유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초 완화적 통화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은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2020년 코로나 위기 때 펼친 초 완화적인 통화정책 때문이라기보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 따른 공급망의 병목 현상 때문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엘리엇은 돈을 값싸게 만들어 뿌려온 결과 전 세계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향해 가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사회적 붕괴와 시민간, 혹은 국가간 갈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암울한 결과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가 현재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특히 현재 존재하는 많은 리스크를 감안할 때 금융시장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으며 최근 수년간의 강세장 고점 부근에서 나타났던 "모든 것이 랠리"하는 상황의 반전이 추가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충격적이고 심각하게 부정적인 가능성이" 너무 많아서 "모든 버블들이 꺼지면서 해소되는 심각하게 부정적인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시장 고점에서 바닥까지 50% 폭락은 "일반적인 것"이라고 밝혀 주요국 증시가 추가로 대폭 하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러한 추가 폭락이 실제로 있을지, 있다면 언제인지 아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잠재적인 리스크가 큰 영역으로는 은행들의 브릿지론 손실과 자산담보부 대출채권(CLO)의 시가평가액 급락, 프라이빗 에쿼티(PE)의 인수금융 손실 가능성을 꼽았다.

또 시장의 하락은 언제나 짧게 끝날 것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을 비판하며 "'이런 일을 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패닉(공포)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현재 나타나는 사실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엘리엇은 주식과 채권시장이 동반 급락한 올해도 6.4%의 수익을 냈다. 엘리엇은 1977년 설립 이후 딱 두 해에만 손실을 냈다.

한편, FT는 엘리엇이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을 입수해 보도했으며 이에 대해 엘리엇은 추가 언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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