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근 교수
우리 젊은이들이 핼러윈 축제를 즐기는 일을 나무라고자 한다면 서양 젊은이들이 방탄소년단(BTS)의 음악과 '오징어게임'을 즐기는 일도 비판해야 한다. "저들은 왜 국적 없는 한국문화를 즐긴단 말인가."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면 기준을 바로세워야 한다. 크리스마스가 세계인의 축제가 된 것처럼 핼러윈도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젊은이가 즐기는 문화가 됐다.
핼러윈 축제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생애주기를 보면 1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약 20년 동안은 3~4년에 한 번 자기 정체성을 바꿔야만 하는 시기다.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군대에 가고, 해외 유학생이 되고, 취직해야 하고, 결혼해야 하는 삶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그럴듯한 '나'가 돼 다음 단계에 잘 진입해야 한다는 압박, 정체성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는 억압에 노출된다. 분장과 변장, 코스프레는 '나'를 그럴듯하게 바꿔볼 수 있는 실험이다. 핼러윈 축제는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해방감으로 정체성 전환의 쾌감을 선물한다.
이렇다 할 축제가 없는 청년들에게 핼러윈은 그나마 탈출 가능한 출구였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핼러윈을 수용하고 향유했다. 그러므로 핼러윈도, 축제를 즐긴 청년들도 죄가 없다. 책임은 참사가 일어날 때까지 손 놓고 있던 경찰과 정부에 있다. 참사 이후 국무총리는 외신기자들에게 버젓이 농담을 던지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용산구청장은 "할 일을 다했다"고 발뺌하고, 대통령실은 "주최 측이 없는 행사라서 한계가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참사가 벌어지기 4시간 전부터 수십 번에 걸쳐 구해달라는 간절한 요청이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왜 살려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는가. 그 책임을 반드시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 직후 구조와 수습을 지시했다. 국가가 구조하고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일이라면 국가가 마땅히 예방해야 할 책임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