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성들 "안사요"...178만원→50만원 추락한 '황후의 주식'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10.29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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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여성들 "안사요"...178만원→50만원 추락한 '황후의 주식'


'17년 연속 기적의 성장'이 꺾인 주식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지난해 7월1일 178만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LG생활건강 주가는 불과 1년4개월만에 71% 급락했다.

50만원대에서 170만원대까지 주가 상승에 11년이 걸렸다. 내려오는 데는 불과 1년 반도 걸리지 않았다. '17년 연속 성장의 대기록'은 아름다운 차트를 그려냈지만, 이제 그 그래프는 폭포수처럼 추락하고 있다.



28일 코스피 시장에서 LG생활건강 (437,000원 ▲500 +0.11%)은 전일대비 2만3000원(4.36%) 내린 50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49만95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JP모간 다이와증권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졌다.

"코로나도 이겨냈는데" 뒤늦게 무너지는 中 화장품 매출
실적 부진이 주가 하락 주 원인이다. 전일 발표된 LG생활건강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7.0% 감소한 1조870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4.5% 감소한 19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계속 낮아진 시장 기대치마저 밑도는 실망스러운 수치였다.



LG생활건강의 핵심 사업부 화장품 매출액은 23.1% 감소한 7892억원, 영업이익은 68.6% 감소한 676억원을 기록했다. 마진이 높은 면세점 채널 매출액이 38% 감소한 292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현지 화장품 사업 매출액도 31% 감소했다. 면세와 중국 현지 모두 결국 중국인 고객에서 발생하는 중국향 매출로, 중국 소비 부진 여파가 실적에 그대로 드러났다.

中 여성들 "안사요"...178만원→50만원 추락한 '황후의 주식'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와 해제가 반복되는 가운데 중국 사업과 면세점 부문 모두 부진했다"며 "중국 현지에서 오프라인 영업 정상화가 지연됐고 유명 인플루언서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온라인 매출액도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이후 중국 기업형 따이공(보따리상)의 가격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면세점 채널의 매출 감소가 계속됐다. 조단위 매출을 내는 메가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으나, 매출 감소 여파가 지속됐다.


글로벌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큰 가운데 생활용품(데일리뷰티)도 타격을 입었다. 3분기 LG생건의 생활용품 영업이익은 원자재 단가 상승과 달러 강세에 따른 매출원가 상승으로 11.8% 감소한 561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19(COVID-19) 창궐 직후 생활용품은 줄어드는 화장품 매출을 상쇄하며 구원투수로 등극했던 사업부다. 하지만 글로벌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악조건 속에 생활용품 사업부도 화장품 매출 감소를 방어하긴 역부족이었다. 불황에 강한 음료 사업부만 가격인상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이 4.9% 증가한 663억원을 기록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원가 상승 압력을 프리미엄(고가) 전략으로 돌파하던 생활용품도 내수 둔화가 가시화되며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음료 사업부만 강한 수요와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견조한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17년간 60배 오른 '기적의 주식' ...1년여만에 70% 하락
지난 2005년 1월 차석용 대표 취임 직전 LG생활건강 주가는 3만원을 밑돌았다. 차 부회장 취임 후 3만원도 안 됐던 주가는 5년만에 10배 급등하며 '10루타 주식'에 등극한다.

10배 급등한 주가에 투자자들을 열광했지만 LG생건의 질주는 시작에 불과했다. 세계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버금가는 고속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2012년 LG생건은 60만원을 돌파했다. 2015년에는 주가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100만원대 머물던 주가는 2018년 120만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코로나19(COVID-19)라는 초유의 위기를 이겨내며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으로 올라선 LG생건은 2021년 사상 최고가 178만원을 기록한다. 17년 연속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성장을 이뤄낸 결과였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 화장품 제품 이미지/사진=LG생활건강더 히스토리 오브 후 화장품 제품 이미지/사진=LG생활건강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성장이 꺾인 주식이 반토막나기까지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상반기 외국계증권사 골드만삭스는 LG생활건강에 매도(SELL) 의견을 냈다.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18년 연속 성장 신화는 끝났다"고 혹평까지 했다.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 주가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근거가 됐던 단일 브랜드 '후'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연일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보수적 접근'을 권했다. 다만 주가의 상승 반전은 쉽지 않아도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은경 연구원은 "지난해 7월 이후 줄곧 약세를 보인 주가는 이제 조정 후반부에 진입하고 있다"며 "올해 화장품이 전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까지 낮아졌기에 화장품 부진이 장기화된다 해도 2023년 실적 리스크는 올해보다 크게 낮아지겠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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