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최악인데 주가는 바닥?…서학개미 미리 샀다[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10.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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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반도체 업황 최악인데 주가는 바닥?…서학개미 미리 샀다[오미주]


미국 반도체주의 움직임을 대변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4일을 저점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2162.30을 기점으로 지난 25일 2404.70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오르며 11.2% 급등했다. '

그러다 26일(현지시간) 1.2% 하락하며 2376.30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25일) 장 마감 후에 반도체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거의 모든 반도체 최종 시장에서 수요가 약화되고 있다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4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를 제시한 것이 한 원인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자동차부터 산업장비와 소비자 가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제품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반도체를 생산한다,.



거의 전 산업에 걸쳐 10만개 이상의 고객사를 거느리고 있는 만큼 향후 경제를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가 되는 기업이다.

그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전날(25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들어 처음으로 주문은 줄고 주문 취소는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요 약세가 자동차를 제외한 거의 전체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고백은 반도체의 경기 사이클이 전면적인 하강기에 접어들었다는 명확한 증거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반도체산업의 하강 사이클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전날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스테이시 라스곤은 지난 20년 이상을 살펴볼 때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하강 사이클은 평균 6분기 가량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이제 막 주문 악화를 경험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하강 사이클은 과거 전례를 참조할 때 2024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주가 흐름은 경기 사이클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미리 움직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이미 올해 1월3일에 4027.20으로 고점을 찍은 뒤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들어 하락률은 41%에 달한다. 이는 S&P500지수의 두 배에 이르는 하락률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주가는 급락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역으로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기 전에 주가는 먼저 반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향후 순이익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4베다. 과거 5년 평균인 18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아울러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차의 발전에 따른 첨단 반도체 수요를 감안할 때 반도체 하강 사이클이 과거처럼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니드햄의 애널리스트인 퀸 볼튼은 반도체주 밸류에이션과 AI 및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를 생각할 때 반도체 매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반도체주를 오늘 사야 하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볼튼은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전망치가 깎이는 과정 중 어느 시점이 매수 시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금리가 오르면서 반도체주가 하락했던 시기를 언급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던 2019년 거의 내내 랠리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주에 경기 외에 또 한 가지 변수는 미국 정부의 중국 수출 제한 조치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 리서치는 지난 19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로 회계연도 2023년 매출액이 20억~25억달러 가량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회계연도 2022년 전체 매출액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또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는 웨이퍼 제조장비 매출액이 20%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다음날 램 리서치 주가는 8%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대해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인 C. J. 뮤즈는 "램 리서치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한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을 회사"라며 "퍼펙트 스톰이 램 리서치를 강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가는 바닥에 근접하고 있다"며 "이제 매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번스타인의 라스곤도 "램 리서치의 실적 전망치는 상당폭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이는 주가가 마침내 바닥을 찾는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램 리서치는 14일을 바닥으로 26일까지 8거래일 연속 오르며 22.4% 급등했다.

이미 발빠른 서학개미들은 10월 들어 지난 21일까지 ICE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6675만달러 순매수했다.(결제일 기준 6~26일)

이는 이 기간동안 테슬라 다음으로 많은 순매수 규모다.

흥미로운 점은 서학개미들이 같은 기간에 ICE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도 4번째로 많은 2937만달러 순매수했다는 점이다.

10월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SOXL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26일까지 1.6%의 수익을 올렸다. 반도체주가 지난 14일까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간 탓에 수익률은 미미하다.

SOXS를 10월3일 매수한 투자자들은 26일까지 0.1% 손실을 입었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반도체 업황은 내년까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도체주는 정말 바닥 근처에 도달한 것일까. 지난 14일 반도체주 저점은 진짜 바닥일까. 설혹 14일 저점이 무너진다 해도 추가 낙폭은 제한적일까.

이제부터는 추측의 영역이다. 우리가 아는 한 가지는 주가 바닥은 업황 바닥에 선행한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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