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조용한 취임, 왜?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22.10.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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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취임, 뉴 삼성 시대]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윤 대통령 격려사에 박수 보내고 있다. 2022.05.25.[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윤 대통령 격려사에 박수 보내고 있다. 2022.05.25.


이재용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 부회장이 27일자로 회장에 승진했다. 이 회장은 세간의 예상과 달리 별도의 행사 없이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 소식도 이날 오전9시55분께 사내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먼저 알렸다.

당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리더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직함이 바뀌었는데도 관련한 행사나 공식적인 메시지가 없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당장 고 이건희 회장은 1987년 12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것과 비교된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별도의 행사 없이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취임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이 회장은 별도의 공식적인 취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다만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도식에서 경영진들에게 밝힌 소회와 각오를 정리해 임직원들과 공유했을 뿐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신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다"며 "사전적인 의미에서는 이미 취임해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별도의 취임 관련 메시지나 행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취임을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맡은 자리에 처음으로 나아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미래 성장사업 선정 및 육성 △조직문화 혁신 △노사관계 선진화 △청년 일자리 창출 △CSR 및 상생 프로그램 강화 등을 주도하며 삼성을 이끌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8년 '180조 투자·4만명 채용' 발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2022년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등 10~20년 후 삼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 또한 이 회장 주도 하에 진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를 두루 다니며 임직원과 소통하고 회사별 미래 사업을 점검하는 등 오랜 기간 삼성의 총수로서 활동해왔다"며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취임 메시지' 등을 내는 것은 현재 삼성의 상황에서는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18년 5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실질적 총수)으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지정했다. 또 각종 정부 행사에서도 이 회장은 '부회장' 직함이긴 했지만 삼성을 대표해 참석하고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이날 회장 승진은 이사회의 의결로 이뤄졌다.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회장 승진 안건을 발의하고 이사회가 의결했다. 이사회가 이 같은 객관적인 상황을 직함에 반영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대내외 활동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 형식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 회장 개인의 성품 등도 '조용한 취임'의 배경이라는 설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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