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 떨어져도 커피 가격은 오른다?…속 쓰린 전망, 이유는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2.10.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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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로 살아남기]원두값 '뚝'…커피가격 부담은 여전

편집자주 올해 초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 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원두값 떨어져도 커피 가격은 오른다?…속 쓰린 전망, 이유는


원두값이 떨어지고 있다. 브라질 커피 생산량이 늘 것이란 시장의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원두값 수준은 예년보다 여전히 높다. 자연스레 커피값은 오를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21일 미국 뉴욕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아라비카 커피 원두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파운드당 1.25센트 내린 1.9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원두값은 2021년 9월22일(1.87달러) 이후 약 1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



원두값은 지난 8월 말 파운드당 2.3달러를 상회한 상태를 유지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달 들어 원두값은 약 13.77% 빠졌다.

중남미 지역의 원두 공급 증가 기대감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계 최대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州)에서 폭우가 내렸는데 오히려 내년과 내후년 원두 작황에 도움을 줄 것이라 분석한 것이다.



수출량 또한 증가했다. 지난 9월 브라질의 원두 수출량은 전년 동기 보다 18% 증가한 16만9000톤을 기록했다.

중남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두는 전세계 원두 생산량의 약 60~70%를 차지한다. 국제커피기구(ICO)에서 지난해 10월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가별 커피 원두 생산 중 37.5%가 브라질에서 생산된다. 뒤이어 베트남 17.1%, 콜롬비아 8.4%, 인도네시아 7.1% 순이다. 중남미 지역의 원두 작황 개선이 원두값을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부스타 원두 주요 산지인 베트남 폭우 예보로 수확 차질 가능성이 커졌으나 아라비카 원두의 산지인 브라질에서 수출량이 증가하고 양호한 기상 상황이 연장되며 공급 불확실성이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원두값이 이제껏 쭉 하락해온 건 아니다. 2021년 초부터 시작된 서리와 가뭄 피해로 중남미 지역의 원두 재배가 원활하지 않았다.

안드레 홀야 베니스투자 연구원은 "가뭄과 서리 피해로 브라질 커피의 생산량이 약 58만톤 소실됐다"고 분석했다.

재고 부족 문제도 영향을 줬다. 현재도 재고가 빠지고 있는데 지난 20일 ICE거래소의 아라비카 커피 재고량은 39만2727포대(1포애=60kg)로 2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원두값도 2021년 초 파운드당 1.2달러 부근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올해 2월9일 그보다 2배 이상 뛴 2.58달러까지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원두값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지만 예년에 비해선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고 시장은 분석한다. 증권가에서도 원두값이 하향되고 있지만 과거 파운드당 1달러 수준까지 내려가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원두값은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아메리카노'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앞서 지난 1월 스타벅스 등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업체들은 한 차례 커피값을 올린 바 있다. 원두값 뿐만 아니라 고환율 부담 등도 고려한 결정이다.

현재는 커피값 인상 당시보다 원두값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기타 부자재 및 환율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최근에도 1430원을 상회하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국내 커피업계에서 추가로 커피값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보다 여전히 원두값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 "올해 초 아메리카노 등 커피 제조음료 가격을 인상했지만 향후 고물가, 고환율이 계속된다면 또다시 커피값 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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