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 스스로 갇힌 '심장병 친형'…"나와달라" 절박한 동생의 호소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2.10.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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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가득 찬 형의 집.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쓰레기로 가득 찬 형의 집.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고시원에서 7년째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30대 친형이 고독사할 위기에 놓였지만 그를 집 밖으로 꺼낼 방법이 없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동생 A씨가 "36살 친형이 7년째 서울의 한 고시원 꼭대기 층에서 은둔형 외톨이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해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현저히 곤란한 사람을 말한다.

A씨에 따르면 그의 형 B씨는 자의로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A씨와 가족이 그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생활비를 장기간 끊어보고, 경찰이나 구급차를 대동했지만 소용없었다.



A씨 어머니는 며칠간 B씨의 고시원 문 앞에서 '제발 나와달라'며 울면서 빌기도 했다. 또 고시원 사장을 통해 방을 비워야 한다고 말하거나 유명한 목사들을 대동해 B씨를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B씨는 이런 가족들의 노력에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방은 각종 음식물부터 쓰레기로 가득 차 악취가 나서 A씨와 부모가 직접 찾아가 온종일 치우곤 했다고 한다.

지방에 사는 A씨와 그의 가족은 매달 한 번씩 서울로 올라가 B씨의 생사를 확인했다. 그런데 B씨는 약 2년 전부터 가족들이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가족 대신 B씨의 집을 종종 방문해주던 경찰관은 "상태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없는 탓에 A씨의 가족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쓰레기로 가득 찬 형의 집.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쓰레기로 가득 찬 형의 집.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A씨는 "형은 오히려 저와 부모님을 접근 금지시켜달라고 경찰분들께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며 "(가족의) 모든 연락 수단을 다 차단했고, 어머니와 제가 보내주는 생활비로 배달음식으로만 7년째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A씨 어머니가 B씨 집 앞에서 3시간 동안 문을 열어달라고 호소한 끝에 안전고리가 잠긴 상태에서 B씨를 마주할 수 있었다. B씨는 안색이 어둡고 눈썹이나 털을 다 밀었으며 살이 많이 빠져서 앙상한 상태였다. B씨는 어머니에게 "이제 그만 죽을 거다. 그동안 죄송하다. 생활비 줄여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형은 음악 전공으로 예중, 예고를 나왔다. 또래보다 심장 쪽이 약해 2년간 고등학교 휴학한 적이 있다"며 "뒤늦게 알았지만 대학교 기숙사에서 선배들에게 지속해서 폭행당한 뒤 자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뒤엔 부모님 댁 방에서만 갇혀 살다가 8년 전에는 우울증으로 정신과병원에 6개월 정도 입원했다"며 "형은 심장이 더 안 좋아져서 퇴원 후 집이나 길에서 혼자 쓰러진 적이 몇 번 있다. 형은 약물 과다 투여라고 주장한다. 형의 요청으로 두 번 정도 병원과 의료소송을 한 뒤 패소해 위약금을 물어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연히 이길 거라곤 생각 안 했다. 형을 위해서 저와 어머니가 유명한 변호사도 고용해주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소송에만 매달려온 형은 패소하고 나서 낙심을 많이 했는지 7년 전에 어머니와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가 은둔 생활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B씨는 심장에 제세동기를 넣어야 하는 상태다. 그러나 그는 병원 방문을 거부하며 은둔한 탓에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

A씨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형을 빼내기 위해 어떤 방법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센터와 지자체, 대학병원 및 정신병원 등에 문의했는데 빼낼 방법이 마땅치 않더라. 이대론 형이 고시원에서 고독사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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