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화재 셧다운 매뉴얼 없었다"…우려 커진 데이터센터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2.10.22 09:00
글자크기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앞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앞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카카오톡 장애사태로 데이터센터 전반의 위기 관리체계에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SK C&C 데이터센터 재난·재해 매뉴얼에 이번 사태처럼 화재로 인한 '셧다운'(전체 전원 차단) 매뉴얼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배터리 화재 진화설비 등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용인데…IDC 배터리, 성능↑폭발력도↑
가장 급한 문제는 데이터센터내 설치된 리튬이온 배터리다.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와 연결된 배터리는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주 전원이 차단되거나 불안정할 경우에 대비하는 단시간 비상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다. 다수의 배터리를 랙에 설치해 연결한 형태다. 이전까진 대부분 납축전지를 사용했지만 최근 들어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이 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주요 구성품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납축전지보다 에너지밀도가 2배 이상 놓아 효율이 좋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기차나 휴대전화 배터리 등에 쓰일만큼 활용도가 높다.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납축전지보다 경제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좋다보니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추세"라며 "물론 상대적으로 충격에 취약해서 화재 위험이 높다는 문제도 있지만, 성능을 이유로 최근 설비되는 (데이터센터) 전기실에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많이 채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이후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화재진화가 어려워서다. 열폭주 현상이 대표적인데 배터리 내 음극과 양극의 분리막이 깨지는 등 배터리팩이 손상될 경우 내부의 화학반응으로 순식간에 고온이 발생, 불이 번지는 현상이다. 최근 빈번한 전기차 화재사고도 열폭주에서 비롯되고 있다.



최준균 카이스트 공과대학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 부피는 납축전지 배터리 대비 10분의1 수준"이라며 "전기 저장 효율은 그만큼 높지만 폭발력도 그만큼 크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IDC 밀집구조 벗어나야…화재 셧다운 매뉴얼 검토"
(왼쪽부터)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왼쪽부터)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문제는 이 같은 화재를 단번에 100% 진압할 화재 설비가 없다는 점이다. 화재 진압은 크게 산소 공급을 차단해서 불을 끄는 질식소화와 온도를 낮춰 진압하는 냉각소화로 나뉘는데, 배터리 화재의 경우는 내부 화학반응으로 열폭주가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이 같은 두 가지 방식이 모두 통하지 않는다. 열폭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냉각을 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내부에서 계속 발생하는 화학 반응으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산소 공급을 차단하거나 물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 열폭주 반응이 멈추는 건 아니다"라며 "반응이 끝날 때까지 열이 더 올라서 주변으로 착화되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게 그나마의 방법이지 불 자체를 끌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리튬이온 배터리를 보다 안전한 다른 배터리로 교체하는 동시에 화재가 번지지 않도록 전기실의 밀집된 구조를 분리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은 일종의 보조전기실로, 발전기실과 무정전전원장치(UPS)실, 배터리실이 몰려있는 밀집구조였다. SK C&C 관계자는 "주전원장치를 모아둔 메인 전기실은 따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전기시설이 한데 몰려있어 화재 대응이 어려웠던 것. 고압선이 인입되는 설비인 만큼 진화를 위해 살수를 하려면 전체 전원을 내려야해 재난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LG유플러스 (9,810원 ▲60 +0.62%)의 경우 데이터센터내 이 세 시설을 각각 다른 층에 배치해 분리시킨 상태다. KT (34,300원 ▲200 +0.59%)의 앞서 2020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경험한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납축전지로 교체한 바 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폭발 등 안전성 측면에선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카톡 먹통'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화재 당시 전체 서버를 차단하는 셧다운 대비 훈련을 자체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재난·재해 대비 매뉴얼 내에 화재 발생 시 셧다운을 대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 (156,100원 ▲5,900 +3.93%)) 역시 화재 발생 시에도 셧다운을 대비할 수 있는 대응 체계가 작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SK C&C의 경우 데이터센터 비상 대응 매뉴얼에 화재·지진·정전 등으로 세분화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지만, 화재 발생 시 셧다운에 대비하는 매뉴얼은 없었다. SK C&C 관계자는 "정전에 의한 셧다운의 경우 대비 매뉴얼이 있지만 화재 발생 시 셧다운 매뉴얼 내용은 없는 게 맞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재 발생 시의 셧다운 훈련 체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