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담', 드웨인 존슨이 차려입은 DC 신상 맞춤수트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10.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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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성 자아내는 논스톱 액션 향연에 차세대 히어로 등장도 별미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DC 코믹스의 새로운 캐릭터가 영화에 등판했다. 2016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부터 매년 꾸준히 히어로 무비를 공개해온 DC가 올해 야심 차게 내세운 캐릭터는 DC 코믹스의 슈퍼 빌런 블랙 아담이다. 최근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가 제작비 1,180억이 투입된 DC 코믹스의 첫 배트걸 실사 영화 ‘배트걸’의 전면 폐기 및 공개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우여곡절 많은 DC 영화가 또 한 차례 들끓은 상황에서 블랙 아담이 분위기를 쇄신하고, DC 확장 유니버스(DECU)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블랙 아담은 DC 코믹스 ‘샤잠’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이자 안티히어로로 원작에선 가상의 고대국가 칸다크의 독재자, 마법사로 그려졌다. 영화는 칸다크의 비극적인 역사와 희귀 금속 이터니움, 블랙 아담의 본명인 테스 아담의 사연을 들려주면서 시작한다. 오프닝의 액션 장면은 할리우드 사극 블록버스터 ‘300’(2007)의 액션을 연상시키며 앞으로 펼쳐질 액션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어 현재의 칸다크로 돌아와 국제 군사 조직 인터갱이 지배하는 독재국가의 살풍경한 모습을 보여 주고, 봉인되어 있던 블랙 아담이 소환되기까지 과정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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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가 고대 유물을 찾는 모험 액션 영화의 모양새였다면, 블랙 아담이 깨어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로 태세를 전환한다. 블랙 아담이 인터갱과 처음 맞붙는 장면은 캐릭터 신고식 같은 장면인데, 블랙 아담의 초인적 능력을 단번에 가늠하게 할 정도로 가공할 액션 공세를 퍼붓는다. 롤링 스톤즈의 ‘Paint it Black’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전쟁 영화를 방불케 하다가 호러스러운 연출까지 더해져 요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블랙 아담’에서 손꼽힐 만한 액션 장면이다.



블랙 아담을 연기한 드웨인 존슨은 배우 자체의 이미지가 히어로다. 액션 스타인 그가 온몸이 무기인 블랙 아담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낼 때 (담당 제작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특수효과나 의상, 분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배우가 몸에 맞는 캐릭터를 입으니 더할 나위 없다. 영화 안에서 그의 진중한 연기나 영화 밖에서 피력해온 역할에 대한 애정이 블랙 아담이라는 캐릭터를 각별하게 느끼도록 한다. 드웨인 존슨은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블랙 아담 역에 캐스팅된 지 15년 만에 솔로 무비의 소원을 이뤘다. 제작에도 참여했다. DC영화는 든든한 아군을 얻고, 관객에겐 주의 깊게 지켜볼 슈퍼히어로가 한 명 더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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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블랙 아담을 저지하는 DC 히어로 군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멤버들의 등장도 ‘블랙 아담’의 관전 포인트다. 마법사이자 황금 투구로 변신술, 예지력 등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는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와 매 형상의 슈트와 날개를 입고 비행하는 호크맨(알디스 호지)이 팀을 이끄는 역할이라면, 몸이 커지는 능력을 가진 아톰 스매셔(노아 센티네오)와 바람을 다루는 능력을 지닌 사이클론(퀸테사 스윈들)은 신입 역할이자 DC 차세대 히어로들이다.


슈퍼히어로 영화에 첫 출연한 피어스 브로스넌의 중후한 연기, 드웨인 존슨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는 알디스 호지의 열연, 넷플릭스 드라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로 스타덤에 오른 노아 센티네오의 코믹 히어로 변신, HBO 드라마 ‘유포리아’로 데뷔한 퀸테사 스윈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 소화력이 영화에 다양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분량상 캐릭터들이 압축적으로 소개되긴 했지만, DC 영화에서 다시 보고 싶은 캐릭터들로 만드는 데는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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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DCEU의 열한 번째 영화 ‘블랙 아담’은 드웨인 존슨이라는 대체 불가한 주연배우와 새로운 캐릭터들로 무장하고 화려한 액션을 강조한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다. 좀 더 색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를 기대했다면 블랙 아담이 사람을 살리고 구하는 히어로가 아니라 여차하면 사람도 얼마든지 죽이는 안티히어로라는 정도에 만족해야 할 듯싶다. 빌런이 어떻게 히어로로 거듭나는지, 정의로운 히어로란 무엇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각성 과정과 내용이 익숙한 탓에 새롭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대사에서 코미디를 자주 시도하는데 웃음 타율이 높진 않다. 후반부에 반전을 노리는 지점들도 의도한 효과를 충분히 내지는 못한다.

아쉽게도 ‘블랙 아담’이 슈퍼히어로 영화와 DC 영화를 애정하는 팬들을 크게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액션만 즐기는 오락 영화로 보기에도 불균질하면서 강약 조절 없이 강으로만 일관하는 액션이 주는 감흥이 덜하다. 그럼에도 블랙 아담의 등장은 영화 ‘샤잠’ 시리즈의 최강 빌런으로, 쿠키 영상에 등장하는 동급의 DC 캐릭터와 대결을 기대하게 만든다. DCEU를 번쩍 들어 일으킬 정도는 아니어도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블랙 아담은 소임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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