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중견 회계법인 대표가 지난 17일 내년 사업연도 감사인 지정 결과 사전 통지서를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대표는 "(지정 회사)숫자도 20~30% 이상 줄어들고 회사 규모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주기적 지정 등 감사인 지정 결과를 회사와 외부감사인에 각각 사전 통지했다. 등기 우편으로 발송돼 아직 사전 통지서를 못 받아본 업체들도 있지만 조금 빨리 사전통지 결과를 받아든 중견·중소 회계법인의 낯빛은 어두웠다.
이번에는 지난 9월 만들어진 감사인 지정제 보완 방안이 추가 변수로 작용했다. 올해까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의 지정 감사를 맡아왔던 빅4 대형 회계법인('가'군)이 내년부터 2조원 이상 기업의 감사까지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견·중소 회계법인의 지정 감사 회사 수와 규모는 줄어드는 모양새다.
지정 감사인을 정하기 위해 당국은 회계법인에 점수를 매긴다. 회계사 수, 경력 기간, 회계감사 매출액 비중, 품질관리지표, 손해배상 능력 등을 기반으로 산정한다.
중견·중소회계법인은 당국이 일부 하향 재지정을 제한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사전 통지 이후 본 지정 전에 (기업의) 하향 재지정 신청으로 숫자가 제법 더 늘었는데 이제는 감사 위험이 높은(누적적자, 관리종목, 감리 조치 등) 지정 감사의 하향 재지정도 제한을 둬서 (기업 숫자가 늘어나길)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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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당국의 사전 통지 이후 하향 재지정을 통해 중견 회계법인의 지정 감사 기업 비중이 18%p 늘었는데 이번에는 늘어날 여지가 많지 않단 얘기다.
이 대표는 "(바뀐 감사인 지정제로)회계업계 독과점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건전한 중견·중소회계업계 육성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사전 통지를 바탕으로 2주간 개별회사들의 재지정 요청을 받은 이후 다음 달 11일 본 통지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