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지옥' 단 1년…네카오 바라보는 개미들의 싸늘한 눈초리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배한님 기자, 이사민 기자 2022.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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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벼랑끝 네카오, 신뢰회복이 답이다(上)

편집자주 한국IT를 상징하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업가치가 추락세다. 비단 외형만이 아닌, 성장성 둔화라는 내재적 고민이 깊다. 시장과 국민들이 양사에 보내던 신뢰에도 생채기가 났다. 양사의 추락은 한국 IT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친다. 최근 두 회사의 위기 원인을 짚고 다시금 IT 대표주자로서 리더십 회복을 위한 제언을 모색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추락하는 한국 IT의 자존심 네카오
'천당→지옥' 단 1년…네카오 바라보는 개미들의 싸늘한 눈초리


한국 IT(정보기술) 산업을 이끌어오던 네이버(NAVER (184,400원 ▼300 -0.16%))와 카카오 (48,600원 ▲100 +0.21%)가 벼랑끝에 내몰렸다. 기존 사업의 성장세는 둔화하는데 새로운 먹거리는 당장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사업의 부침만큼 힘겨운 건 두 기업을 '골목대장'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싸늘한 눈초리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더해 양사가 보여준 미래 비전의 불확실성, 특히 카카오의 임원진 주식 먹튀 논란 등 도덕적 해이와 계열사 쪼개기 상장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IT 업계 안팎에선 두 회사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IT의 심장'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 뚜렷한 신사업 성과와 비전, 덩치에 걸맞는 도덕성을 보여줘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한때의 유망주에서 개미들 '곡소리' 대상으로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네이버 주가는 16만2000원에 마감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12일 37만2000원에서 56.5% 줄었다. 이날 카카오 주가도4만9850원으로 1년 전의 11만3500원보다 56.1% 줄었다. 이 기간 줄어든 양사의 시가총액만 64조원에 달한다.



'천당→지옥' 단 1년…네카오 바라보는 개미들의 싸늘한 눈초리
양사의 기업가치 하락을 이끈 것은 성장세의 둔화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2조458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3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팬데믹 시기 40%대 성장률을 기록한 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3분기 30%대, 같은 해 4분기 20%대로 주저앉았다. 올해 2분기는 19.7%까지 떨어졌다.

카카오의 성장을 이끌던 톡비즈 부문도 활력을 잃고 있다. 2019~2020년 분기별로 7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3분기부터 30%대로 주저앉았다. 올해 2분기엔 16.1%에 그쳤다.

■ 실종된 위기관리능력…위기 '증폭' 네카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네카오의 뚜렷한 위기 원인에 비해 극복 방안은 명확치 않다. 팬데믹 시기의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주요 매출이 둔화할 수밖에 없는데, 인건비와 광고비 등 치솟은 영업비용은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25,100원 0.00%), 카카오페이 (35,300원 ▲200 +0.57%), 카카오게임즈 (21,800원 0.00%) 등 자회사를 잇따라 상장 시키면서 '쪼개기 상장' 논란을 일으켜 기업가치 하락을 자초했다. 상장 후에 계열사 임원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해 '먹튀'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네이버는 2020년부터 외형 성장을 이끌었던 이커머스, 광고를 이을 '혁신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4일 '포쉬마크' 인수 발표에 대한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뚜렷한 비전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다소 비싸게 인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반영된 것이다.

■ 네카오의 추락, 한국IT도 죽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4월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네이버 밋업'(NAVER Meetup) 행사에서 글로벌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4월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네이버 밋업'(NAVER Meetup) 행사에서 글로벌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네카오의 위기는 한국 IT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대한민국 IT를 대표하던 두 기업이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전반적인 IT생태계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테크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결국 네카오가 설득력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글로벌 신사업을 발굴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한국 IT산업을 회복시키는 길이라는 평가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기존 대기업들과 달리 창업 초기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며 여러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거나, 때로는 내부 인사가 나가서 창업하며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왔다"며 "네카오의 위축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스타트업의 퇴로가 막히는 등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카오의 어려움이 길어질수록 최근 가뜩이나 축소된 벤처투자 시장에서 IT서비스기업 전반에 대한 전망 자체가 안좋아질 수 있다"며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카카오페이 등의 이슈에 대해 보다 책임감 있게 명확한 메시지를 내는 등 회사 차원에서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때문에 투잡" "이혼위기"…빚투 직원마저 한숨뿐인 '네카오'
'천당→지옥' 단 1년…네카오 바라보는 개미들의 싸늘한 눈초리
네이버(NAVER (184,400원 ▼300 -0.16%))와 카카오 (48,600원 ▲100 +0.21%)의 기업가치가 연일 하락하면서 회사 내부 분위기도 침체되고 있다. 주가 급락과 도덕성 논란 등으로 회사 이미지가 악화한 데다 주가 급락에 따라 성과 보상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한국 IT(정보기술)산업을 이끌어가던 네이버·카카오 직원들의 자부심에도 금이 갔다.

■ 침체된 네이버 사내 분위기…희망의 불씨는 남겨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모습. /사진=뉴스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모습. /사진=뉴스1
네이버 내부 분위기가 침체된 가장 큰 영향은 '주가'다. 회사의 성장성을 믿고 빚을 내 네이버 주식에 투자한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직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주식이 주제로 나오면 한숨을 쉬거나 고개를 숙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직원들은 최근의 주가 폭락이 기업가치 하락 탓이라기보다는 시장의 영향이 크기에, 언젠가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포쉬마크 인수나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네이버 계열사 직원 A씨는 "주가 부정 리포트도 대부분 광고 매출을 우려하는 쪽이 많은데, 애초에 네이버는 2~3년 전부터 광고 부문이 '지는 해'라고 생각하고 있어 사업상 압박도 별로 없었다"며 "오히려 쇼핑으로 재미를 보면서 글로벌 커머스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스페인의 왈라팝이나 미국의 포쉬마크 인수 모두 같은 방향"이라고 바라봤다.

스톡옵션으로 손해를 본다는 여론도 거의 없다. 네이버는 스톡옵션 대신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해 자사주를 상여금 형태로 무상 지급하고 있다. 스톡그랜트는 스톡옵션과 달리 행사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즉시 팔 수 있다. 주가가 크게 빠지기 전에 처분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네이버 직원 B씨는 "주식을 가진 직원 중 상여로 받은 경우가 많다"며 "가격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크게 타격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공동체 관리할 리더십 보여달라" 내부 비판 마주한 카카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아지트. /사진=배한님 기자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아지트. /사진=배한님 기자
반면 카카오 공동체에서는 카카오페이 (35,300원 ▲200 +0.57%)·카카오뱅크 (25,100원 0.00%) 임원의 '먹튀'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 1인당 평균 손실은 카카오페이가 1억6000만원, 카카오뱅크가 2억3000만원에 달한다. 카카오 직원 C씨는 "우리사주 대출을 갚기 위해 투잡을 뛴다거나, 빚 문제로 이혼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경영진이 '광고 확대' 외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각 계열사의 중복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CAC(카카오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가 키를 쥐고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 계열사 직원 D씨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브레인 등은 사업 영역이 일부 중첩돼 효율이 떨어진다"며 "정작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페이먼트 시스템과 플랫폼을 합쳐 영업하는 '토스'만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분간 주가가 반등하기 힘들 것이란 인식도 팽배하다. 계열사마다 상장을 따로 하면서 기업가치가 나뉘는데, 이를 극복할만한 카카오 주식만의 매력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카오 계열사 직원 E씨는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엔터프라이즈, 커머스 등이 상장하게 될 경우 본체 카카오의 비즈니스는 모회사로서의 연결매출 영역을 제외하면 광고 사업 위주로만 남게 된다"며 "사업 분산에 따른 주가 침식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주에서 개미무덤 된 '네카오'…"제자리 찾아가" vs "너무 빠졌다"
'천당→지옥' 단 1년…네카오 바라보는 개미들의 싸늘한 눈초리
천당이 지옥으로 바뀌는 데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장중 고점을 찍었던 주가가 바닥으로 주저앉은 '네카오'(NAVER (184,400원 ▼300 -0.16%)+카카오 (48,600원 ▲100 +0.21%)) 얘기다.

'국민주' 칭송을 받으며 고공행진하던 '네카오'는 과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수많은 개미의 운명을 쥔 네카오의 현재와 미래를 여의도 증권가에 물었다.

■ 올해만 -50% 이상 빠진 '네카오'…"주가 제자리 찾아가는 중"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과하게 빠지긴 했지만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동안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받았던 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네카오 주가는 올해 들어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50% 이상 빠졌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당시 급등했던 플랫폼 기업 주가가 엔데믹 전환기를 맞아 힘을 잃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센터장은 "시대가 바뀌어 두 종목의 성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며 "설사 증시가 다시 오른다 해도 시장 트렌드 자체가 바뀌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
반면 주가가 지나치게 빠졌다며 조만간 흐름이 달라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상이 계속 현 추세와 같지는 않을 텐데 추후 긴축 움직임도 잦아든다면 네이버, 카카오 둘 다 디레이팅 구간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네카오를 둘러싼 개별 이슈가 빗발치면서 주가에 직격탄이 가해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센터장은 "네이버는 M&A(인수합병)와 부정적 리포트 등으로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며 "카카오 역시 개별 자회사 이슈, 블록딜 등으로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공매도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M&A 이슈는 2조3000억원을 들여 북미 중고거래 패션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를 인수키로 한 내용이다. 이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인수 타이밍은 물론 가격 역시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쉬마크가 흑자회사도 아니다 보니 향후 네이버 수익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주가에 반영된 듯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본사네이버 본사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 문제를 두고 개미들의 마음을 잃었다. 앞서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 (21,800원 0.00%)(2020년 9월), 카카오뱅크 (25,100원 0.00%)(2021년 8월), 카카오페이 (35,300원 ▲200 +0.57%)(2021년 11월)를 잇달아 분리하면서 본주 가치가 추락했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를 상장한다는 소식은 분노를 키웠다.

이에 대해선 증권가 평가가 엇갈렸다. 윤 센터장은 "카카오는 지나치게 자회사 상장을 많이 했다"며 "그간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과 인덱스(지수) 간 괴리가 오게 된 원인이 더블카운팅(중복계산) 이슈인데 이 문제의 직격탄을 맞은 게 바로 카카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자회사 상장 이슈, 네이버는 포쉬마크 인수 등으로 앞으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 역시 "네이버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1배 이하로 떨어지며 접근하기 좋은 밸류에이션까지 내려왔지만 인수 이슈가 발생했고, 카카오는 심지어 네이버보다 밸류가 비싼데 상장 추진 문제로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네카오식 기업문화가 과거에는 장점일 수 있으나 불안정한 시장에서는 디스카운트 요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천당→지옥' 단 1년…네카오 바라보는 개미들의 싸늘한 눈초리
그와 달리 카카오의 자회사 상장 이슈는 이제 조금 지나간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최근 상장을 앞둔 라이온하트는 애당초 별개 법인으로 설립된 이후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된 만큼 앞선 사례들과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라이온하트는 원래 카카오게임즈 안에 있다가 분사되는 게 아니라 인수 후 IPO(기업공개)를 하는 경우로 기존 사례들과 결이 조금 다르다"며 "빅테크는 M&A나 신사업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만큼 이에 대한 시비를 다루기는 조금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의 경영진을 두고도 이견이 나오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며 카카오도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고 최근 주주친화정책을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당장 자회사가 국내 시장에서 IPO 하는 등의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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