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첫 대면 정례회의를 열고 11월 산유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AFPBBNews=뉴스1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이후 첫 대면 정례회의를 열고 다음 달 하루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 이는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에 해당하는 양으로, 팬데믹 초기 하루 97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한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이번 결정으로 11월부터 OPEC+의 전체 산유량은 4200만 배럴 미만으로 줄어든다.
앞서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최근 높아진 경기침체 우려에 배럴당 80~90달러선까지 추락했다. 하반기에만 WTI 선물 가격은 16.75%, 브렌트유는 18.32% 빠졌다. 하지만 올해 전체 상승률은 여전히 20.57%(브렌트유), 17.06%(WTI)로 여전히 높은 상태다.
국제유가 상승 전망도 이어졌다. 골드만삭스는 OPEC+ 감산 발표 이후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배럴당 10달러 올린 110달러로 제시했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글로벌엑스(Global X)의 로한 레디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OPEC+의 이번 결정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다시 오를 수 있다"며 "시장 내 변동성이 다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올 4분기 가격의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백악관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로 된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OPEC+의 근시안적 결정에 실망했다"며 미 에너지부에 내달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방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OPEC+의 발표로 (주요 산유국이)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비난했다. 석유·가스 등 에너지는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물가안정이 시급한 미국 정부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에 막대한 로비를 했음에도 OPEC+는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다"며 원유 생산을 둘러싼 주요 산유국과 미국 간 대립 구도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렸다는 비판에도 사우디를 직접 방문하며 산유국에 추가 증산을 요구했었다.
한편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OPEC+ 정례회의 참석 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시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산유량 감축이 필요하다"며 감산 결정을 반겼다. 이어 미국 등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채택한 국가엔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