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진 OPEC+, 팬데믹 이후 최대 감산…유가 얼마나 오를까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10.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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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우려" 11월 하루 200만 배럴 감산…
골드만 4분기 유가 전망치 110$로 상향,
미국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 강한 비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첫 대면 정례회의를 열고 11월 산유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AFPBBNews=뉴스1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첫 대면 정례회의를 열고 11월 산유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AFPBBNews=뉴스1


국제유가를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상황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역대급 감산을 결정했다. 주춤하던 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진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이후 첫 대면 정례회의를 열고 다음 달 하루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 이는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에 해당하는 양으로, 팬데믹 초기 하루 97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한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이번 결정으로 11월부터 OPEC+의 전체 산유량은 4200만 배럴 미만으로 줄어든다.



OPEC+는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른 수요 감소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감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유국들은 앞서 물가안정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져 원유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며 추가 감산을 주장했었다. OPEC+는 지난 정례회의에서 10월 하루 1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바 있다.

美 등진 OPEC+, 팬데믹 이후 최대 감산…유가 얼마나 오를까
주요 외신은 OPEC+의 이번 감산을 두고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추락한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실제 OPEC+ 대규모 감산 소식에 국제 원유시장의 벤치마크(기준점)로 꼽히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가는 장중 2.4% 급등한 배럴당 93.96달러를 기록해 2주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하기도 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3.78달러,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8.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최근 높아진 경기침체 우려에 배럴당 80~90달러선까지 추락했다. 하반기에만 WTI 선물 가격은 16.75%, 브렌트유는 18.32% 빠졌다. 하지만 올해 전체 상승률은 여전히 20.57%(브렌트유), 17.06%(WTI)로 여전히 높은 상태다.

국제유가 상승 전망도 이어졌다. 골드만삭스는 OPEC+ 감산 발표 이후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배럴당 10달러 올린 110달러로 제시했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글로벌엑스(Global X)의 로한 레디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OPEC+의 이번 결정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다시 오를 수 있다"며 "시장 내 변동성이 다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올 4분기 가격의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에 예민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번 OPEC+ 결정에 반발했다.

백악관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로 된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OPEC+의 근시안적 결정에 실망했다"며 미 에너지부에 내달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방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OPEC+의 발표로 (주요 산유국이)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비난했다. 석유·가스 등 에너지는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물가안정이 시급한 미국 정부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에 막대한 로비를 했음에도 OPEC+는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다"며 원유 생산을 둘러싼 주요 산유국과 미국 간 대립 구도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렸다는 비판에도 사우디를 직접 방문하며 산유국에 추가 증산을 요구했었다.

한편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OPEC+ 정례회의 참석 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시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산유량 감축이 필요하다"며 감산 결정을 반겼다. 이어 미국 등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채택한 국가엔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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