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0만원 '금토' 택시 알바"…배달하던 '젊은 기사님' 운전대 잡을까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배한님 기자, 윤지혜 기자 2022.10.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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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심야 택시, 이제 잡힐까 (下)

편집자주 서울에서 심야시간 택시를 호출하면 5명 중 1명만 성공한다. 택시가 없어서가 아니다. 택시기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택시보다 수익이 높은 배달, 택배로 떠났다. 정부는 기사들이 적절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택시요금과 호출료를 올리기로 했다. 타다, 우버 등 다양한 서비스 모델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제 귀가 걱정없이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고 회식할 수 있을까.

정부가 없앤 '타다' 되살아날까?…관건은 '기여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과거 규제조치로 물거품이 됐던 '타다'와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택시 총량 허가를 확대하고, 매출의 5% 수준이던 기여금을 낮추는 당근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구체적으로 기여금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가 제2의 타다가 출범할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심야 택시난 해소의 관건 '타입1' 플랫폼 운송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의 일환으로 타다와 우버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을 활성화하기로 하고 그 동안 이를 가로막던 규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위한 전제 조건으로 '택시와 차별화된 심야 특화 서비스'라는 단서를 달았다. 예시로는 △심야 안심귀가 서비스 △심야 출퇴근 서비스 △심야 수요대응형 모델 등을 들었다. 기존 사업자 변경허가는 올해 11월부터 허용키로 했다.

타입1은 우버나 타다와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타입1의 활성화를 위한 핵심으로 '기여금'과 '총량'을 꼽아왔다. 과도한 기여금 수준은 결국 소비자에게 요금 부담으로 전가돼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막아왔다. 현재 420대 수준인 전체 타입1 차량의 총량 제한은 명목상 없었지만, 국토부가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이를 늘리는 데 인색했다.



이는 자연스레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사업자가 가맹택시(타입2)나 중개택시(타입3) 활용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기사 공급 부족 등 택시 증차에 한계를 느낀 정부로서는 다시 타입1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허용 대수 증가 인색하던 정부, 전향적 증차 방침

2019년 10월 23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차량호출서비스 '타다'를 규탄하는 집회 '택시대동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2019년 10월 23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차량호출서비스 '타다'를 규탄하는 집회 '택시대동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국토부의 방침에 따라 타입1 차량 대수가 전향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코액터스, 레인포컴퍼니, 파파모빌리티 등 신규 사업자들이 각자 수백대 수준의 증차를 요청해왔다. 정부는 심야 택시난에 뿔난 민심을 달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이들의 요청 차량을 대부분 허용해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타입1 활성화에 대해 부정적인 택시업계의 반대를 넘어서는 게 과제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자차 운영을 풀어주면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아 나와 카오스가 된다"며 "놀고 있는 법인 대수만큼만 플랫폼에 라이선스를 빌려주고 운행 대수를 컨트롤하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매출 5% 내던 기여금…얼마나 낮아질까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아울러 사회적 기여금의 하향 정도가 실제 타입1의 활성화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타입1 사업자들은 △매출의 5% △1대당 월 40만원 또는 운행횟수당 800원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이 기여금은 고령 택시기사가 운행하는 개인택시를 비교적 젊은 운전자가 몰 수 있도록 전환시키는 데 쓰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기여금이 운행횟수당 300원 수준으로 낮아져야 신규 사업자의 진입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정부는 기여금 완화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기여금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낮아지느냐에 따라 타입1 사업의 활성화가 갈릴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행대로면 1년에 1000대를 운영할 경우 대당 40만원씩 한달 4억, 1년에 50억원 가까운 돈을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며 "이를 대폭 낮추지 않는 이상 제2의 타다와 같은 스타트업의 출현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택시호출비 90% 기사에"…국토부 방침에 모빌리티 기업들 속앓이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서울시 승차지원단이택시 임시승차대를 설치하고 심야 택시대란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서울시 승차지원단이택시 임시승차대를 설치하고 심야 택시대란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택시 탄력 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인상하고 호출료 수입 대부분을 택시기사에게 배분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호출료는 사실상 택시 사업을 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유일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호출료의 90%가량을 기사에게 배분한다는 계획인데, 이렇게되면 현재 적자상태인 모빌리티 플랫폼은 사실상 호출료 비즈니스 모델(BM)이 유명무실화된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택시 호출료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우티와 반반택시(운영사 코나투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만 호출료를 적용한다. 우티와 반반택시는 호출료를 전액 택시 기사에 주고 있고, 카카오모빌리티는 50대 50으로 나눈다. 타다는 이번 정책 발표를 계기로 호출료 도입을 논의 중이다.

국토부는 현재 호출비를 전액 기사에게 주는 회사들도 있는 만큼, 계획대로 탄력호출료를 확대하면 10% 수준이라도 수익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적지않다. 국토부의 요구에 떠밀려 마지못해 협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현재 우티와 반반택시가 호출료를 기사들에게 100% 분배하는 것은 후발업체로서 플랫폼 기사들을 모집하기 위한 임시적인 유인책이라는 것. 추후 호출료 배분률을 조정할 계획인데 국토부가 이를 원천 차단해 호출료를 10% 밖에 못 가져가면 향후 사업운영이 여의치 않아보인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도 가맹 외 일반 중개택시에서 호출료 수입이 발생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토부 안을 기준으로 가맹택시와의 호출료 분배구조를 재조정해야 한다. 이 경우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

후발업체들의 경우 호출료와 함께 목적지 미표시, 강제 배차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를 개발·관리하는 비용도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때문에 자칫 적자폭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모빌리티 플랫폼 관계자는"플랫폼에겐 실무적인 리소스는 훨씬 많이 들어가는 반면 불리한 배분구조로 인해 절대 수익에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 예상된다"며 "그렇다고 다들 호출료를 늘리는데 우리만 안하겠다고 버티면 기사들이 이탈하게되고 사업의 존속자체가 어려워지는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모빌리티 플랫폼 관계자도 "사실 플랫폼도 어느정도 수익이 보장되야 택시기사의 업무환경을 개선할 여력이 생긴다"면서 "1위 사업자인 카카오 모빌리티도 가맹택시 호출비를 절반으로 나누지만 여전히 적자상태인데 후발업체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 뻔하다"고 토로했다.

"불금엔 일당 10만원 택시 알바" 배달간 기사님들 돌아올까

카카오T블루. /사진=뉴스1카카오T블루. /사진=뉴스1
카카오모빌리티의 '금토택시' 가 택시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4일 국토교통부가 택시업계 인력난 완화를 위해 심야시간 법인택시 파트타임 근로를 허용키로 해서다. 예컨대 택시대란이 발생하는 금·토요일 심야에만 근무할 기사를 따로 모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국토부는 법인택시 리스제에 파트타임제까지 더해져 심야시간 택시 공급이 30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9월부터 직영 택시법인 케이엠원(KM1)과 동고택시에서 금토 야간 집중 근무형 단기계약직을 모집해왔다. 금·토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주2일 근무하는 방식으로, 하루에 기본급 6만원에 운행성과에 따라 2만·4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타다도 주말 이틀간 하루 7시간씩 2교대하는 시급제(시간당 1만5000원)를 실험 중이다.

하루 12시간씩 주6일 일해야 하는 법인택시 근무조건으로 구인난이 이어지자, 피크시간 파트타임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금토택시는 법적 회색지대에 있었다. 택시발전법 제11조2는 택시기사의 기본급 책정기준인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서다. 법인택시 회사에서 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기본급을 낮추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법인택시업계에선 기사고용 시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금토택시를 도입하자 택시업계에선 "택시발전법 위반"이라며 서울시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법인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주 2일만 근무하고 싶다는 기사들이 있어도 주 40시간 규정 때문에 채용을 못했다"라며 "법인택시 회사 입장에선 모빌리티 플랫폼에만 특혜를 주는걸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 유입 확대 기대 VS 고용없는 택시노예 우려

/사진=뉴스1/사진=뉴스1
이번 국토부 발표로 금토택시 논란은 사그라들게 됐다. 오히려 플랫폼 사업자에만 적용됐던 '임시 택시운전 자격' 제도가 법인택시로 확대되면서 법인택시 구인난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이는 범죄 이력이 없고 운전경력이 1년 이상이면 택시면허가 없어도 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제도로, 젊은층이 택시기사로 유입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다. 실제 임시자격 기반의 금토택시로 젊은층 유입이 확인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대리운전과 달리 고용형태가 경직된 택시는 긱 워커(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하는 근로자)로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새로운 인력 자체가 유입되지 않았다"라며 "단기근로 규정이 완화되면 택시를 직업으로 삼아도 괜찮을지 체험해보려는 젊은이들이 늘어 택시기사 공급뿐 아니라 고령화에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파트타임제가 기사를 정식으로 고용하지 않고 택시를 빌려주는 '도급택시'를 늘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칫 기사에 유류비·세차비·보험료·수리비 등을 모두 떠넘기는 현대판 택시노예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토택시 기준 월 최대 80만원인 파트타임 수입을 고려하면 지원자가 어느정도 될지도 불분명하다. 지난해 아이엠택시도 주2일제 기사를 채용하려 했으나,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김종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파트타임은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단기 계약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얼마나 파트타임에 지원할지도 불분명해 실효성없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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