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1
"기온이 갑자기 바뀐 것 같았다. 난방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기후적 사건이었다." 온돌방을 경험한 프랭크의 소감이었다. 아픈 역사에서 세계에 전해진 우리의 전통 온돌은 온수 파이프 방식으로 재탄생했다. 한국의 온돌 난방법은 2008년 국제표준기구 기술위원회(ISO/TC)에서 국제표준으로 제정됐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중문화 전문가는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일부 국가에 국한된 것으로 여긴 한류가 세계로 확산할 수 있었던 경쟁력을 한국 전통문화에서 찾았다. 우리 영화, 드라마, 음악이 해외 문화를 흉내 내고 좇았다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음이 자명하다.
다만 무(無)에서 출발하는 창의로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그렇기에 무(無)가 아닌 다름에서 창의를 구할 수 있는 우리 전통문화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전통문화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지 않았다. 최근 일련의 경사로 우리 전통문화가 세계인에게 신선한 매력을 선사하고 상업적인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전통문화를 국가발전의 한 축으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전통문화 기반의 국가전략이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영국, 유럽, 일본 등은 새로운 산업창출의 원천으로 전통문화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전통문화 기술과 첨단 과학기술의 융합에는 두 유형이 있다. 첫째, 스핀인(Spin-In) 접근으로 전통문화 제품을 첨단 과학기술로 혁신한다. 세계 고급 도자기 시장을 석권한 영국 본차이나가 좋은 예다. 전통 도자기 기술에 대체소재를 발굴하고 단단함과 화려함을 더할 수 있는 유약성분을 개발해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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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스핀아웃(Spin-Out)이다. 전통문화에 숨어 있는 슬기를 첨단 과학기술로 발전시켜 신산업을 창출하는 접근이다. 일본 기업 후쿠다금속박분공업은 병풍, 건축, 옷감 등 그들의 전통문화에 활용된 금박기술을 토대로 첨단 IT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소재를 만들어냈다. 또 아사히글라스는 고급 식기류와 장식품에 활용된 고온산화물 유리화 기술을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로 재탄생시켰다.
2016년 우리 정부는 전통문화 산업을 혁신할 원천기술의 연구·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원천기술은 물론 연구성과 사업화까지 범위를 확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부처 융합연구 사업에 주목한다.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소원하신 우리나라는 강국과 부국을 넘어 문화대국이었다. 일본의 식민지라는 상황에서 문화의 힘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는 목표는 불가능해만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끝내 이뤄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