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클래스101 최고제품책임자(CP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8년 동안 몸담은 글로벌 1위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을 떠나 한국에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클래스101'으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아내가 보인 반응이었다고 한다.
지난 6월 클래스101에 합류한 김태훈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자신의 커리어에 클래스101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랬던 그가 한국의 스타트업으로 옮긴다고 하니 아내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김태훈 CPO는 자신이 이런 선택을 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행복'을 꼽았다. 어떤 고민을 거쳐 중대 결심을 하게 됐는지 김 CPO에게 직접 들어봤다.
▶처음 아마존 오퍼레이션으로 들어간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대학원 시절 유망한 분야 중 하나가 오퍼레이션이었고 아마존이 그 영역에서 제일 탄탄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퍼레이션을 선택해 들어갔고 이후 판매 예측 자동화 시스템과 서플라이 체인 최적화를 위한 풀필먼트, 아마존 킨들·태블릿 등 디바이스 출시를 비롯해 글로벌 확장을 위해 11번가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런칭하는 업무 등을 했다.
-클래스101으로 옮긴 이유
▶마지막으로 쓰고 있는 모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존에서 내가 하는 일이 행복한가, 사랑하고 있는 일인가, 성공을 하더라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인생은 길고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고민하던 중 먼저 아마존을 떠나 클래스101에 합류한 구현서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제안을 받았다. 공대선 대표(CEO)를 비롯해 클래스101 구성원들의 에너지와 역량, 스마트함을 접하면서 이직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김태훈 클래스101 최고제품책임자(CP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아마존에 계속 있었다면 기존의 스킬셋을 더 좋게 만드는 경험을 쌓는데 방점을 뒀을 것이다. 클래스101은 역량이 넘치는 젊은 스타트업인 만큼 경험은 다소 부족하다.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명확했고 그것에 대한 보람이 매우 클 것 같았다. 특히 가족들과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영입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도 원격근무를 전면 허용해주었고, 공동창업자인 기존 CPO가 저를 새로운 CPO로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 회사는 위대한 회사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의지가 있는 회사'로 느껴졌다. 인생에서 제일 큰 고민과 의사결정이었지만 이런 부분들이 최종 선택에 제일 큰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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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101의 강점은
▶이곳은 2가지 측면의 시장을 갖고 있다. 하나는 클래스 수강생, 다른 하나는 크리에이터다. 클래스101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엄청난 집착과 열정이 있다. 편안하고 쉽게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이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이 매우 강점으로 다가왔다.
▶수강생 입장에서도 4000여개의 클래스를 골라 들으며 세상의 다양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기존의 교육 플랫폼은 1가지 수업을 듣기 위해 수강을 했다면, 국내 최초로 '구독' 체계를 도입한 클래스101은 강의 하나를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아마존 같은 쇼핑몰에 들어와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듯 그동안 배워보려고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람들이 시간이 날 때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듯 클래스101도 배움의 영역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의 교육을 통해 이들을 더 이해할 수 있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지면서 배움까지 있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클래스 수강생들이 맘껏 즐기고 크리에이터들은 잠재력을 한껏 증폭시킬 수 있는 한 단계 진화된 기능들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에서의 8년이 마치 20년 같은 느낌이었는데 클래스101에서의 시간은 아마존보다 더 밀도가 높은 것 같다. 미국 시애틀에서 일하고 있지만 마치 서울에서 같이 지내는 기분이 든다. 모든 변화를 받아들이고 주저함 없이 즉시 대처하며 바꿀 의지가 있는 리더십과 조직의 유연성이 특히 인상적이다.
-클래스101은 어떤 플랫폼을 지향하나
▶방송으로 치면 EBS 같은 포지션이다. KBS와 MBC, SBS가 경쟁을 하지만 EBS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EBS와 같은 독보적인 위치에서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의 고객 수요에 맞춰서 한국의 콘텐츠와 각국의 콘텐츠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글로벌 라이제이션하는 것이 과제다. 또 B2B 측면에서 국내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넓혀가는 것도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 우선 연내 50만명 이상의 구독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과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의 핵심에는 성장이 있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배우는 게 있었다면 후회를 하지 않았다. 자신이 뛰어나고 구성원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실패할 수 있다. 60대 때 어떤 모습으로 있고 싶은가를 생각하니, 40대인 지금 리더십을 갖고 다른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역할에 보람을 느꼈고 스스로 성장을 배우는 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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