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사진=한국과총
다행인 것은 윤석열 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진행 중인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성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먼저 2023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은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차세대원전 등 초격차 산업의 예산은 8.2%, 바이오·우주·항공·양자 등 미래 선도기술 투자는 11.3% 증액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예타 대상 사업 기준을 높이고, 신속조사방식(Fast-Track)을 도입하며 시행사업의 계획 변경을 허용한 것이 골자다. 기존에 재정적 통제 기능이 강조됐던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을 글로벌 트렌드와 패권경쟁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환했다.
제언하자면, 우리나라가 추격국가(Fast-Follower)에서 원천기술 선도국가(First-Mover)로 도약하려면 전략기술 육성과 도전적·혁신적 환경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무기로 떠오른 만큼, 정부는 경제와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범국가적 시각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과학기술에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즉, 국가전략기술을 집중 육성해 국제 관계에서 비장의 카드가 될 대체불가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동시에 이 같은 연구개발이 마음껏 이뤄질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환경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하면서 국내 연구환경에 대해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에 몰입해 세계적인 성과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환경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