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1위' SK가스의 야심찬 LNG·수소 출사표 "수소 빅3 될 것"

머니투데이 울산=최민경 기자 2022.09.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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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K가스 신사업 전략 담당 김용범 커넥트 센터장(부사장)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건설현장/사진제공=SK가스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건설현장/사진제공=SK가스


"대한민국의 어디를 가도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터미널이 산업단지에 위치하고 있지 않습니다. SK가스만 유일하게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울산에서 LNG 터미널을 짓고 있습니다. 핵심 산업단지에 있기 때문에 LNG를 직도입할 때 굉장히 경제적인 비용으로 도입할 수 있고, 마케팅 우위에 서게 됩니다. 이 인프라와 LPG·LNG 고객사를 기반으로 수소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입니다."(김용범 SK가스 부사장)

국내 LPG(액화석유가스) 1위 기업 SK가스가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넷제로 솔루션 제프로바이더'(Net Zero Solution Provider)로 거듭난다.



SK가스는 주력 사업인 LPG 사업에 LNG 사업을 신규로 추가해 저탄소 솔루션을 제공하고, 향후 수소 사업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는 계획을 21일 발표했다.

SK가스는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울산지역을 전략적 허브로 LNG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룬 뒤 이를 바탕으로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LNG 냉열을 활용한 액화수소 생산, LNG 추출 수소 등의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울산 내 산업체들의 탈탄소화와 수소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NG 터미널 만들고 세계 최초 LNG-LPG 복합발전까지 진출
SK가스는 2030년 동북아 메이저 LNG 사업자로 성장해 LNG 사업 매출 8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가스는 한국석유공사(KNOC)와 함께 울산 북항에 LNG의 도입·저장·공급이 가능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을 건설 중이다. 석유제품 138만 배럴 및 LNG 135만 배럴 등 총 273만 배럴 규모의 탱크와 3대의 연료 수송선이 한 번에 정박·하역할 수 있는 규모다. 2024년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탱크 1기, 2기가 건설 중이며 지속적으로 추가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KET를 기반으로 한 LNG 사업은 다양한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 SK가스는 울산 남구에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해 1.2GW(기가와트) 규모의 세계 최초 LNG-LPG 복합화력발전소 울산GPS(GasPowerSolution)를 건설 중이다. 원전 1기 규모와 맞먹으며 연간 약 28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LPG와 LNG 시황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높은 에너지를 선택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수소 혼소 발전도 가능하다. SK가스에서 LNG와 수소 사업을 이끄는 김용범 SK가스 부사장은 "지멘스의 주기기를 사용하는데 50%까지 수소 혼소 발전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LNG-LPG 겸용 가스터빈에서 수소 혼소 발전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고 빠르면 연내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4년 8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는 울산GPS는 연간 약 80만톤 규모의 LNG를 사용할 예정이며 KET를 통한 직도입으로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울산GPS는 SK가스 LNG사업의 탄탄한 고정 수요처로 사업을 뒷받침하고, 전기·발전사업으로의 사업 확대 기반이 될 전망이다.

LNG 열병합 발전소인 SK멀티유틸리티에도 LNG를 공급한다. SK멀티유틸리티는 기존의 노후화된 석탄열병합발전설비를 LNG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 중 연료를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는 첫 번째 사례다. 신설할 LNG 열병합발전소는 300MW(메가와트)급 규모로, 연간 약 30만톤의 LNG를 사용한다. 이 발전소도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발전 시장은 가장 큰 수요를 빠른 시기에 만들어낼 수 있어 사업 모델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SK가스가 예전처럼 LPG 사업만 했으면 발전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겠지만 LNG를 함으로써 발판이 생겼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답은 수소밖에 없다"…SK가스가 수소사업 선택한 이유
김용범 SK가스 부사장이 20일 울산 SK가스 울산기지에서 LNG 사업과 수소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SK가스김용범 SK가스 부사장이 20일 울산 SK가스 울산기지에서 LNG 사업과 수소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SK가스
LPG와 LNG는 수소 에너지로 전환하는 '브릿지' 역할이다. SK가스 사업다각화의 최종 목적지는 무탄소 청정에너지인 수소와 암모니아다. 2040년까지 수소사업 매출 5조원을 달성해 국내 시장 20%를 점유한 빅3 수소 사업자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SK가스는 그레이, 블루, 청록, 그린수소 등 다양한 형태의 수소를 생산하고 직도입해 발전, 연료전지, 산업체, 수소차량용 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수소는 현재 너무 비싸고 생산량도 적고 정책도 명확하지 않아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럼에도 SK가스가 수소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다른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하면서 자동차 만들고 배를 만들려면 답은 수소밖에 없다"며 "2030년 기준으로 연간 600만 톤 정도의 청정 수소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K가스는 수소 사업을 위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에서 생산한 부생수소 △직도입 LNG를 활용한 추출수소 △LNG 냉열을 활용한 액화수소 △지난해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C-zero(씨제로)'의 기술로 만든 청록수소 등 원가 경쟁력을 갖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SK가스가 수요처와 공급 인프라가 밀집한 울산에 위치한 것도 수소 생태계 구축에 유리하다. SK가스는 울산 KET부지에 CEC(Clean Energy Complex, 수소복합단지)건설도 추진하며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울산지역에 촘촘하게 구축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공급처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수소와 암모니아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체와 혼소 발전이 가능한 발전소 등 수요기반이 울산에 갖춰져 있어 수소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SK가스는 2030년까지 초기 수소 생태계는 대규모 발전 수요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김 부사장은 "수소·암모니아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수요가 창출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SK가스는 수소 혼소 발전과 고성그린파워(GGP) 암모니아 혼소 발전까지 고려한 모든 경우의 패를 다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10월 수소합작사 출범…해외 청정 암모니아 도입 논의 중
오는 10월엔 롯데케미칼, 에어리퀴드와 손잡고 수소 합작법인을 출범한다. 김 부사장은 "합작법인을 통해 울산 내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하고, 전국 주요 거점 내 수소 충전소를 구축할 것"이라며 "SK가스 LPG 충전소와 롯데그룹 물류 센터 부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 등 분산전원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SK가스는 올해를 수소 확보 경쟁의 원년이라 보고 해외에서 청정 암모니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수소를 질소와 합성한 암모니아는 액화수소보다 끓는점이 높아 운송에 유리하다. 김 부사장은 "북미, 중동에서 천연가스를 개질한 블루 암모니아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현재로선 가장 많이, 빠르게 수소를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린 암모니아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블루 암모니아는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경제성이 달라지고 100% 탄소가 제거된 게 아니라 문제가 있다"며 "호주, 칠레 등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 암모니아를 도입하는 것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암모니아와 LPG는 끓는점 등 특성이 비슷해 겸용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며 "향후 LPG 저장시설이나 LPG 선박을 만들 때 암모니아 겸용으로 만들어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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