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중량 절감·재사용 연마…美 '스페이스X' 추격 하겠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2.09.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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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도전하는 KAI 한창헌 미래사업부문장

(고흥=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누리호는 두번째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1500kg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됐다. 2022.6.21/뉴스1  (고흥=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누리호는 두번째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1500kg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됐다. 2022.6.21/뉴스1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종합기업이면서 국내 최초 민간주도 위성인 차세대중형 위성 2호를 개발 중인 업체입니다. KAI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통해 위성, 발사체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우주분야 체계종합 업체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항공기 체계종합 시 적용한 중량절감 기술 등을 발사체 성능 개량에 적용해 스페이스X를 추격할 계획입니다."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총조립과 1단 탱크 제작을 담당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이제 '한국판 스페이스X'로 발돋움한다. KAI에서 누리호 위성 발사체 개발을 총괄한 미래사업부문장 한창헌 상무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지난 6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이후 뉴스페이스(민간 중심의 우주산업) 시대를 주도할 기업을 선정하는 사업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누리호 개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국내 우주발사체 산업생태계를 육성시키고 강화한다. 누리호 후속개발과 4회 반복발사(4기 발사, 3기 양산)로 발사 신뢰성을 높인다. 정부는 올해 1727억원 규모로 고도화사업을 시작하고 2027년까지 6873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지난달 입찰이 끝나 이달 중 사업자 발표가 예상된다.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발사체 핵심 기술 '클러스터링' 확보…KAI가 만든 위성 직접 쏜다
한창헌 KAI 미래사업부문장(상무)/사진제공=KAI한창헌 KAI 미래사업부문장(상무)/사진제공=KAI


누리호 총조립업체이자 국내 유일의 중대형 위성 제작업체인 KAI는 민간 기술 이전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한 상무는 "누리호 4호기는 KAI 주관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탑재돼 발사된다"며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선정되면 4호기의 경우 KAI가 개발한 위성을 KAI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 영토에서 발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KAI가 위성 개발과 발사 서비스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갖추면 위성 수출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KAI는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위한 역량도 충분히 키웠다. KAI는 누리호 개발모델(EM), 인증모델(QM), 비행모델(FM)의 체계총조립을 맡아 발사체 체계종합 인프라 운영에 대한 경험을 갖췄다. 또 누리호 1단 추진제탱크 개발 관련 생산설계와 공정개발 등 발사체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KAI는 우주발사체에서 가장 핵심 기술인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도 확보했다. 클러스터링은 엔진을 여러 개 묶는 기술로 누리호의 1단은 75톤급 액체추진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돼 300톤급의 추력이 발생한다.


한 상무는 "누리호의 비행경로를 제어하려면 클러스터링 된 엔진을 정밀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우주발사체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며 "클러스터링이 성공하기 위해선 여러 개의 액체추진 엔진에 일정하게 산화제와 연료가 혼합된 추진제를 균형 있게 주입해야 하는데 KAI는 누리호 1차, 2차 발사를 통해 기술 완성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KAI는 초소형 위성의 경우 KF-21 날개에 소형 발사체를 달아서 발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본다. 한 상무는 "KF-21이 충분한 고도를 올라가서 수직 상승하는 기동으로 발사하면 초소형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다"며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위성을 올릴 수 있는 기술력이 지금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누리호 최우선 과제 '중량절감'도 문제없어…FA-50 수출국도 큰 관심
누리호 총조립 현장/사진제공=KAI누리호 총조립 현장/사진제공=KAI
업계에선 누리호가 발전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개선할 점으로 '중량 절감'을 꼽는다. 누리호가 경량화되면 그만큼 더 많은 위성을 탑재할 수 있어 상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역시 KAI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KAI 설계 담당자들은 도면을 보면 바로 불필요한 중량을 파악할 정도로 숙달됐다.

한 상무는 "발사체를 최적화하기 위해선 중량 절감이 필수적인데 누리호는 출력 대비 자체중량이 다른 경쟁 발사체에 비해 큰 상황"이라며 "KAI는 항공기를 개발하면서 매번 중량 절감에 성공했고, 전 세계적으로 봐도 KAI 정도의 중량 최적화 능력을 가진 업체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KAI의 항공기 개발자들은 항공기에서 중복된 기능을 합치거나 소재를 경량화하는 등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구조 설계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우주발사체의 체계개발도 결국 항공기 체계개발과 유사한데 사업자로 선정되면 사내에서 KF-21 등 항공기를 개발했던 인력을 모아 위성·발사체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AI가 가진 동남아, 남미, 중동·아프리카 등의 네트워크와 항공기 수출 마케팅 노하우도 향후 우주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KAI 군용기 구매를 원하는 일부 국가들은 KAI가 만든 위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성 수출도 머지않은 미래가 될 수 있다.

한 상무는 "기존 항공기 수출국이나 마케팅 대상 국가들은 위성과 영상서비스 같은 우주 사업협력도 희망하고 있다"며 "KAI는 항공기 수출과 연계해 차세대중형위성과 발사 서비스를 패키지화한 수출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AI는 위성과 발사체 개발 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를 우선 잠재 수출 대상국으로 고려하고 있다.

美 스페이스X 따라잡으려면 '재사용 엔진' 필수…정부 지원 절실
스페이스x 재활용 로켓스페이스x 재활용 로켓
다만, KAI가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당장 발사체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현재 국내 발사체 비용으로는 해외 발사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KAI가 롤모델로 삼은 미국 스페이스X의 경우 재사용 발사체를 통해 발사 서비스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 세계 발사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스페이스X를 따라잡기 위해선 재사용 발사체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기술 격차가 큰 상황이다. 한 상무는 "한국이 재활용 로켓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선 1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이스X는 클러스터링 된 엔진 중 제일 가운데에 있는 엔진 하나만 남겨서 다시 재착륙하는 데 사용한다"며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후속 사업에서 100톤 엔진 5개를 묶겠다는 것도 결국 엔진 재사용으로 가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발사체가 엔진을 재사용하기 위해선 제어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한 상무는 "발사체를 재사용하기 위해선 잘 제어해서 원하는 위치에 착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KAI가 가진 유·무인기 및 위성의 자세제어·비행소프트웨어 기술과 굉장히 유사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KAI는 기존 제어기술을 바탕으로 발사체 자세제어 기술과 발사체 비행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한 상무는 액체엔진과 고체엔진 중에선 재사용할 수 있는 액체엔진의 전망이 좋다고 내다봤다. 그는 "고체엔진은 한번 불붙으면 출력을 제어하기 어렵고 대형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연료량과 산소량 배합에 따라 출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액체엔진이 재사용하기 쉬워 상업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민간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췄어도 한국이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한 상무는 "우주산업의 제일 큰 수요자는 정부"라며 "시장에서 경쟁력과 물량 안정성을 확보할 때까진 정부가 발주한 위성을 발사해 발사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청 설립도 업계의 숙원이다. 한 상무는 "국내엔 우주부문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이 없고 각 부처별로 우주부문의 수요를 분담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부처 내 잦은 담당자 변경에 따른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가의 우주산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모든 부처를 아울러 범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있는 항공우주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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