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89.5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1일(고가 기준 1392.0원)에 근접하는 수치로, 전 거래일(1393.6원)보다 다소 하락했으나 지난 7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다. 6~8월 잇따라 오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잡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자이언트 스텝)~1%대로 한 차례 더 올리면 환율도 더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업종은 달러 가치 상승에 대비해 수출 대금을 환전 없이 보유하는 외환 전략(래깅)이 가능해 환차익을 거두기 쉽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달러가 강세였던 지난 2분기에 달러 가치 상승으로 환차익을 얻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달러 강세로 매출에서 5000억원의 환차익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며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그 여파는 복합적이다. 반도체 장비나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해 와야 하기 때문에 거시적 관점에서 기업 부담이 커진다. 핵심 반도체 제조용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로부터 전량 수입해야 하며 네온, 아르곤, 크립톤, 크세논 등 희귀가스의 수입 비중도 높다. 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증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업종의 경우 주거래 통화가 달러인 만큼 현재 고환율 추세는 업계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가격 조정에 따른 이익은 제한적이겠지만, 자산 평가이익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종 전체의 둔화 추세를 고려하면 단기적인 실적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