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대표 화학 상장사 중 LG화학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26.0% 감소한 3조7181억원, 롯데케미칼은 87.8% 감소한 1868억원, 금호석유화학은 43.6% 감소한 1조3570억원이다. 단 전망치가 줄어든 데에는 지난해 팬데믹 기간 중 억눌렸던 수요가 터지며 예상 밖 호황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기고효과' 영향도 있다. 아울러 에틸렌처럼 시황에 큰 영향을 받는 범용제품에 치중한 사업구조를 가진 기업일수록 전망치 감소폭이 더욱 컸다.
올해 상반기 내내 화학업계 발목을 잡았던 건 원가 상승이다. 미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은 6월 한 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화학업계 원료인 나프타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유가가 80달러대까지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연초(70달러대) 대비로는 높다.
원가가 상승한 반면 제품가는 이를 전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그만큼 따라와주지 않아서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터지면서 화학제품 수요를 위축시켰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국의 재봉쇄 조치도 하반기 화학업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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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코로나 방역정책 강화로 9월 첫째주까지 청두시와 선전시 등 일부 대도시들의 봉쇄조치가 다시 이뤄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약했던 전방수요는 한층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까지 석유화학 시황은 수요를 웃도는 규모의 공급 유입이 예정돼 있어 가격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이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도 시황 불투명성도 크단 점이다. 무엇보다 수요 회복 기대감을 찾기 어렵다.
유럽에서는 '샤워는 퇴근 전 직장에서 하고 하루 한 끼만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시민들이 치솟는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고전하고 있단 보도들이 잇따른다.
지난달 29일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 가스비용은 최근 1년간 55% 올랐고 영국인들은 올 겨울 소득 대비 10%를 가스, 전기, 연료비 등에 지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인들이 식비마저 줄이고 있는 마당에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제품 수요는 급감할 수밖에 없단 우려가 커진다.
한편 각국의 금리인상 분위기도 업계 우울감을 더하는 소식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9월 기준금리를 0.75%~1%까지도 높일 수 있단 전망이다. 국내도 기준금리가 올 1월 1.25%에서 지난 8월 기준 2.5%까지 올랐다. 연말 3%까지 오를 수 있단 예상들이 나온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제품 수요가 늘지 않아 업계 수익성이 계속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금리마저 높아지면서 투자 심리도 예전보다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화학업계가 올 연말 조직 개편이나 인사 등을 큰 폭으로 단행할 수 있단 관측들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