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에 실마리를 제공한 과학기술. / 그래픽=최헌정 머니투데이 디자인기자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21년 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은 DNA 과학수사의 발전,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형사의 끈질긴 집념 등이 아우러진 결과다. 그중에서도 현장 증거가 제한된 상황에서 유일한 단서, 즉 DNA 대조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렸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왼쪽)과 이정학이 2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9.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찰은 그때부터 용의 선상에 1만5000여명을 올리고, 5년간 이들 DNA를 일일이 대조했다. 지난 3월 유력 용의자로 이정학을 특정하고, 이번달 중순 체포영장을 발부해 이정학과 이승만을 모두 검거했다.
김정민 경찰청 과학수사기법계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기술 발전을 믿고 경찰이 현장 증거물을 원형 그대로 보관했던 게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첫 단추였다"며 "DNA 단서가 없었다면 장기미제 사건을 풀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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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앞에 완전 범죄 없다…국과수, 손상 막으려 영하 80℃ 보관
현재 우리나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40억분의 1g'에 해당하는 0.25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만 있어도 DNA를 증폭시켜 분석할 수 있다. / 사진제공=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과수는 이처럼 사람마다 특정 위치에 '짧게 반복되는 염기서열 부위'(STR)를 증폭시켜 유전자를 식별한다. 예컨대 DNA가 가느다란 실이라면, STR 부위는 실 중 짧은 특정 부분이다. 현재 국과수는 '40억분의 1g'에 해당하는 0.25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만 있어도 DNA를 증폭시켜 분석할 수 있다.
김응수 국과수 법과학부 유전자과장은 이날 머니투데에 "현재 장기 미제 사건의 DNA가 손상되지 않도록 영하 80℃에서 초저온 보관중"이라며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도 초창기 STR 분석으론 유전자 분석에 한계가 있었지만 2017년 진보된 기술을 통해 유전자 20개 중 20개가 모두 일치한다는 사실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DNA 분석 전문가, 국내 90명 뿐…인력 절대적 부족"
김응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부 유전자과장은 2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DNA 분석기술의 중요성과 향후 전문가 수급 문제가 시급히 다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 사진제공=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응수 국과수 과장은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이 벌어진 2000년대 초만해도 DNA를 보관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었다"며 "하지만 기술발전을 믿고 강력범죄 DNA를 보관하고 꾸준히 기술을 진화시켜온 것이 이번 사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DNA 분석 수요가 급증하는데 반해 인력 증원이 부족해 일선 현장에 과부하가 걸린다고 토로했다. 김 과장은 "DNA 분석 전문가는 전국적으로 90명에 불과하지만 감정량은 폭증해 업무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DNA 분석 전문인력 확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