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며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충격을 줬다. '반도체 겨울'이 기성사실화되며 내년도 메모리 반도체 주요업체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30~40% 하락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 8월 무역수지 적자폭은 7월에 이어 두 배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25.7억 달러였던 무역수지 적자는 7월 46.7억 달러, 8월에는 94.7억 달러로 급증했다. 14년 만에 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올해 연간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 달러에 달한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한국 수출에 우려 요인이 되고 있다"며 "2분기 1.2% 하락에 그쳤던 반도체 가격이 3분기 -15%, 4분기 -13% 내릴 것으로 예상돼, 16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유지했던 반도체 수출액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8월 메모리 반도체(서버용 D램) 가격은 전월비 11.5% 하락했다. 지난 7월에 2~4%대 하락에 이어 8월 급락한 것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또한 4개월 연속 물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PC용 메모리는 가격을 내려도 수요가 없는 상태고 모바일은 하반기 신제품 출시가 있지만 애플만 잘 팔리고 중저가 업체는 수요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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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버용 D램은 3분기와 4분기 가격이 약 15% 수준 하락으로 윤곽이 잡힌 듯하다"며 "하반기 가격 환경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1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내년 7조원 수준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이 올해 대비 약 30~40% 하락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현재 약 10조원 내외다.
다만 역대급 반도체 업황 하락이 있었던 2001년(IT 버블), 2008년(금융위기), 2019년(서버 급락) 당시 영업이익이 90% 하락, 적자 전환, 70% 하락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황 이사는 "IT기업의 경기에 대한 공포심은 유독 큰 듯하다"며 "미중분쟁으로 중국 수출이 막히고 있는 것도 악재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의 급격한 하락은 반작용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유를 불문하고 IT기업들은 투자와 공급을 줄이고 있으며 이러다간 2024년에 다시 공급 부족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변동성이 극심하겠지만 지금 반도체 주식들은 저점 매수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전망 하락은 투자가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과거에 비해 달라진 공급·재고를 감안하면 장기 투자자는 하반기 시장의 비이성적인 하락을 포지션 변경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10월까지는 주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소한 3분기 확정 실적이 발표되는 10월말까지 이익 전망치 하향으로 주가의 기간 조정이 필요하겠다"며 "내년 상반기 수급 개선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감안할 때 바닥에서의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메모리 업황 부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장주 실적이 감소하는 구간에서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얽힌 기업들도 동반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의 20%를,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