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다음은 우리"…韓무기 사는 폴란드, 내년 군비 2배이상 증액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09.0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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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가안보 위기를 우려해 한국산 무기까지 구매한 폴란드가 내년 국방 관련 예산을 무려 2배 이상 증액한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유입된 피난민 200만명 수용과 세계적인 고물가·경기침체 우려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러시아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국방 예산 증액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지난 5월 훈련 중인 폴란드군 /AFPBBNews=뉴스1지난 5월 훈련 중인 폴란드군 /AFPBBNews=뉴스1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총리 기자회견을 인용해 "폴란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서 국가 방어력을 강화하고자 내년 군사비 지출을 기존 대비 두 배 이상인 1380억 즈워티(약 39조5121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군대 관련 지출을 980억 즈워티(약 27조 9104억원)로 늘리는 동시에 해외 무기 구매에 400억 즈워티(11조 3956억원)를 추가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이는 전례 없는 수준의 지출 증가"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과거 냉전 시기 서방의 나토에 맞선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핵심으로 수십 년간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하지만 소련 해체 이후 폴란드는 러시아에 맞선 서방의 최전방 군사 거점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창끝'으로 불린다. 또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약 600km의 국경을 공유한 만큼, 현재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노출된 상태다.



이 때문에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력 강화에 매진, 관련 지출 확대를 줄곧 강조해왔다.

폴란드는 5년 안에 병력을 현재 14만3500명에서 30만명으로 2배 넘게 증강할 방침이다. 총리는 오는 2023년 2만명 이상의 새로운 군인을 선발하겠다고 했다.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가 26일(현지시간) 폴란드 군비청과 K2 흑표 전차 및 K-9 자주포 수출을 위한 57억6000만 달러(약 7조6780억원) 규모의 1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고 방위사업청이 27일 밝혔다. 사진은 폴란드 모롱크에 위치한 기계화부대에서 열린 계약체결 행사의 모습. 왼쪽부터 세바스찬 흐바웩 PGZ 회장, 손재일 한화디펜스 사장,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유동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사진=뉴시스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가 26일(현지시간) 폴란드 군비청과 K2 흑표 전차 및 K-9 자주포 수출을 위한 57억6000만 달러(약 7조6780억원) 규모의 1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고 방위사업청이 27일 밝혔다. 사진은 폴란드 모롱크에 위치한 기계화부대에서 열린 계약체결 행사의 모습. 왼쪽부터 세바스찬 흐바웩 PGZ 회장, 손재일 한화디펜스 사장,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유동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사진=뉴시스
폴란드의 이번 국방 예산 증액은 한국산 무기 도입과도 관련이 있다.


폴란드는 지난달 27일 현대로템(K2전차)·한화디펜스(K9자주포)·한국항공우주(FA-50 경공격기) 등 한국 방위산업체와 20조원 규모의 기본계약 체결했다. 이후 지난 26일에는 K2전차 180대, K9 48문 총 57억6000만 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의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1차 이행계약을 맺었다.

해외 무기 구매는 폴란드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한 대비이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으로 생긴 국방력 공백을 메꾸기 위한 것이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인 18억1000만 달러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우스 블라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현지 매체 '디펜스24' 인터뷰에서 "러시아 연방이 자행한 범죄폭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은 군사 장비 현대화를 더욱 가속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산 무기 구매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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