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자해→119 셀프 신고…선 넘은 BJ, 감당 못하는 방심위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2.09.0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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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2시쯤 소규모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여성 방송인이 방송 중 자해를 해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하는 일이 있었다. 방송인은 자해 후 '자전거 타다 다쳤다'고 스스로 신고했다. 자해 후 소방대원이 출동하기까지 방송은 강제종료되지 않았다./사진=독자제공지난 14일 오후 2시쯤 소규모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여성 방송인이 방송 중 자해를 해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하는 일이 있었다. 방송인은 자해 후 '자전거 타다 다쳤다'고 스스로 신고했다. 자해 후 소방대원이 출동하기까지 방송은 강제종료되지 않았다./사진=독자제공


지난 14일 대낮에 한 소규모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여성 방송인이 '합방'(다른 방송인과 함께 방송) 중에 자해했다. 출혈이 심했다. 댓글에 "언니 어떡해", "병원 빨리 가세요" 등 댓글이 달렸다.

방송인은 119에 '자전거 타다 다쳤다'고 신고했다. 이를 본 일부 시청자는 '자해에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추측했다. 자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청자 A씨는 "해당 방송을 6개월가량 봤다"며 "벌써 10번 이상 자해했다"고 했다. 방송인이 119에 직접 전화한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에는 흉기 들고 '극단적 선택할 테니 키우는 강아지를 부탁한다'며 자기 집 주소를 공개했다. 그러면 시청자들이 신고해 경찰과 소방이 방송인을 제재했다.

3개월 전에는 빌라 옥상에 올라가 투신 소동도 벌였다. 출동한 경찰관이 다가오면 방송인은 '뛰어내리겠다' 위협했다. 소동은 고스란히 생방송 됐다. 제재가 없었다. 플랫폼 운영자는 '성인방송 제한을 걸어달라'는 메시지만 보냈다. 방송인은 소동을 벌이다 말고 휴대폰에 다가가 성인방송 제한을 걸었다.



자해는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평균 20~30명 수준인 시청자는 자해할 때면 최고 200명으로 늘었다. 후원도 덩달아 늘었다. 방송인은 자해 방송 후에는 '사과 방송'을 하고 '열심히 살겠다'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했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언니 앞으로 그러지 마' '열심히 살아'라며 후원을 보냈다.

이 방송인은 이와 관련해 "10번 이상 자해한 사실이 없다"며 "시청자가 200명까지 늘진 않았고 후원도 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플랫폼은 도 넘은 자극적인 방송에 강제 종료 등 조처를 할 의무가 있지만 제재에는 소극적이었다. A씨는 "그동안 플랫폼은 어떤 경고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터넷방송 수위가 끝없이 높아진다. 성관계, 성폭행 장면도 방송된다. 플랫폼이 작을수록 제재가 적어서 방송이 자극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플랫폼을 규제해야 하지만 모니터링 요원은 적고 인터넷방송 시장은 커서 감시에 한계가 있다.

방심위 인력 턱없이 부족…"플랫폼 내부통제가 방법"
20대 인터넷 방송인 A씨는 지난 6월 라이브 방송 도중 잠든 여성을 준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송 당시 플랫폼 운영자는 '유의해서 방송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방송을 강제종료하지는 않았다./사진=독자 제공20대 인터넷 방송인 A씨는 지난 6월 라이브 방송 도중 잠든 여성을 준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송 당시 플랫폼 운영자는 '유의해서 방송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방송을 강제종료하지는 않았다./사진=독자 제공
같은 플랫폼에서 지난 6월에는 남성 방송인 B씨(29)가 생방송 중 수면제 먹고 잠든 동료 방송인을 성폭행한 일이 있었다. B씨는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돼 다음달 7일 첫 재판을 받는다. 준강간 혐의는 심신상실 상태인 피해자를 간음했을 때 적용된다.

범행은 생방송 됐다. '폴리스(경찰)'라 불리는 플랫폼 운영자가 방송을 봤지만 강제 종료를 하지 않았다. "현재 방송이 '성범죄 의심 행위' 제재 대상에 포함되니 유의해 방송해달라"고 메시지를 세차례 보낸 게 전부였다. 범행은 30여분 송출됐다. 300여명이 방송을 봤다.

해당 플랫폼에서 방송하는 박정수씨(41)는 "플랫폼이 웬만하면 제재를 안 한다"며 "화면만 가렸다면 성관계하며 소리를 들려줘도 강제 종료가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플랫폼 과거 방송 내역을 보면 화면 가린 성관계 방송, 성매매 업소 앞 중계방송, 병원에서 음주·흡연하는 방송 등이 나온다.

현행 정보통신사업법상 플랫폼은 방송이 너무 자극적이면 조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TV 등 플랫폼은 방송 수위가 기준을 벗어나면 제재한다. 방송 강제 종료도 하고 방송 계정을 일정 기간, 영구 정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방송을 소극적으로 제재하는 플랫폼이 일부 있다. 주로 소형 플랫폼들이다. 자해 방송도 중형 플랫폼에서 송출될 때는 강제 종료됐는데 소형 플랫폼에 옮겨와서는 제재 없이 송출된 경우였다. 박씨는 수익 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자극적 방송이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며 "시청자들 후원 최대 20%를 플랫폼이 수수료로 챙긴다"고 했다.

플랫폼이 방송을 제재하지 않으면 방심위가 사후 제재를 할 수 있다. 심의 후 게시물 삭제, 접속 차단 등 시정을 플랫폼에 요청하는 식이다. 문제는 방심위 제한된 인력이다. 2020년 기준 방심위 심의 인력은 1~2명이다. 방송 모니터링 요원은 10여명이라고 전해졌다. 그래서 2016~2020년 5년간 방심위가 인터넷 방송 유해 영상 2813건 심의했지만 시정 교수는 211건(9.6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는 방심위 직접 제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방송 시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아프리카 TV에 속한 방송인만 4만여명이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봐도 방심위 등 행정 기관이 방송 내용을 직접 감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플랫폼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페이스북은 유해 콘텐츠 기준을 만들고 어기면 송출을 막거나 수익을 차단한다. 황 교수는 "자율 규제에 기반해 플랫폼 내부적으로 불법 정보가 유통되면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내부 통제하지 않을 때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게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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