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韓만 비상? 中·日은 금리 낮은 포복…유럽은 '답답'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2.08.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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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난 등으로 강달러 부추기는 중,
중국 작년말부터 기준금리 내리며 돈 풀고
일본 '나쁜 엔저' 비판에도 통화완화 유지…
신흥국은 채무 부담 늘고 수입 가격도 상승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462.50)보다 13.19포인트(0.54%) 내린 2449.31에 개장한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95.87)보다 5.92포인트(0.74%) 하락한 789.95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9.8원)보다 2.0원 오른 1341.8원에 출발했다. 2022.08.23.[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462.50)보다 13.19포인트(0.54%) 내린 2449.31에 개장한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95.87)보다 5.92포인트(0.74%) 하락한 789.95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9.8원)보다 2.0원 오른 1341.8원에 출발했다. 2022.08.23.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조짐에 달러 가치가 다시 뛴 가운데 각국은 자국 통화가치(환율)를 방어하고 경기침체를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정책의 방향성은 다르다. 많은 국가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발맞춰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중국은 지속적인 인하, 일본은 제로금리 유지를 정책 수단으로 삼고 있다. 강달러의 큰 원인인 유럽은 답답한 상황이다.

기준금리 추가로 내린 중국
중국인민은행/로이터통신=뉴시스중국인민은행/로이터통신=뉴시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긴축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주요 20개국(G20) 중 러시아, 튀르키예(터키)와 함께 '거꾸로'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



중국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해 말부터 인하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목표치에 미달한 상황이라 내수 경기를 살리고 수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이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1월에 1년 만기 LPR을 내렸고, 5월엔 5년 만기 LPR만 떨어뜨렸다. 이달 21일에는 1년 만기 LPR을 3.70%에서 3.6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5년 만기 LPR도 4.45%에서 4.30%로 내렸다. 1년 만기 LPR은 일반대출의 기준금리가 되고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인하도 예상한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이론적으로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는 올라간다. 현재 위안화는 달러 대비 6.8위안대로 약 2년 만에 가치가 가장 낮다.

엔저 용인하는 日, 7월 무역수지 사상 최대 적자
일본 엔화/AFP=뉴스1일본 엔화/AFP=뉴스1
일본은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한동안 제로 금리를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과 국채이자 부담을 고려해 '물가상승률 2% 도달'을 통화정책 목표로 내걸고, 대규모 통화완화를 통해 엔화 가치 하락을 용인해왔다.

하지만 일본 경제도 강달러와 인플레이션, 공급 충격의 악영향을 받고 있다. 에너지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가격이 엔저로 인해 더 오르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심화하고 가계 소비도 둔화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니혼테레비는 올가을에 가격 인상이 예정된 식품들이 몰려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7월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1조4368억엔(14조원) 적자로 7월 무역통계로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이에 물가 상승만 부추기고 긍정적 효과는 예전만 못한 '나쁜 엔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엔화는 달러당 137엔 수준에서 움직인다. 7월 최고점(139.37)보다는 낮다.

유로화 가치 20년 만에 최저, 앞으로도 '답답'
노르트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 터미널/AFP=뉴스1노르트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 터미널/AFP=뉴스1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이에 따른 독일 경기 침체 우려가 유로 가치는 달러 대비 '패리티'(유로화와 달러의 1대1 등가 교환)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22일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1% 넘게 밀려 최저 0.99240달러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패리티가 붕괴한 것일 뿐 아니라 약 20년 만의 최저치이다.

유로화의 추락은 강한 달러의 주된 요인이다. 23일 오전 2시10분(현지시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109.11을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연중 최고점(109.29)을 기록한 후 이달 초 105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상승하고 있다.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국 혹은 경제 권역의 통화 가치와 달러 가치를 비교 산출한 값인데, 유로화의 반영 비율이 57.6%로 가장 높고 일본 엔화(13.6%), 영국 파운드화(11.9%)가 그 다음이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을 겪는 유럽과 영국의 경제 상황이 미국보다 나쁜 것이 결과적으로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0.1%라고 발표했고, 독일은 올가을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1년 간 천연가스 가격이 10배나 올라 같은 기간 전기요금이 최대 7배 올랐다. 독일 기업이 공급받는 전력 가격은 올들어 37.2% 올랐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미국처럼 금리를 크게 인상할지에 관심을 둔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 4월까지 기준금리를 3.5%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일 것으로 보이지만 ECB는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차입 비용을 높이는 데 다소 신중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들은 최근 메모에서 "ECB와 영란은행(BOE)는 실질금리가 가장 낮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가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것 같지가 않다"고 썼다.

강달러에 고통받는 신흥국…채무 상환 부담 늘고 수입 물가↑
이례적인 달러 강세 현상으로 신흥국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달러로 빌린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는 데다 석유 등 원자재 수입 비용이 늘어나며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510억 달러의 국가 채무를 안고 있던 스리랑카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것도 '강달러' 현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선진국보다는 달러 부채가 많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현재 빠르게 하락하는 아르헨티나와 터키도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에 강달러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달러로 바꾸면서 그만큼 환차손을 입어서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애플 역시 강달러에 따른 환차손 피해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업체 이토르의 벤 레이들러 시장 전문가는 "달러 가치 상승으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이 5%(1000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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