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영,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강기영은 로펌 한바다의 14년 차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을 연기했다.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최수연(하윤경), 권민우(주종혁)를 이끄는 팀의 리더로, 넓은 마음 품을 지닌 이 시대의 '유니콘 멘토'를 호감있게 연기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등장신마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며 '서브 아빠'라는 애칭을 얻었고, 마지막 시청률 17.5%라는 초대박 흥행을 이끄는데 톡톡히 일조했다. 강기영이 아닌 정명석은 상상할 수조차 없게끔 캐릭터와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줬다.
강기영,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정명석을 연기하기까지 영화를 찍고 쉬는 공백들이 있었어요. 쉬는 동안 정명석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서 기다렸던 것 같아요. 감독님 입장에선 저를 그렇게 중요한 배역에 캐스팅하신다는 게 정말 모험일 수 있었어요. 때문에 잘 해내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 역할을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감독님을 만났어요. 가족들에게도 막무가내로 꽃게를 사준 후 감독님을 찾아가서 '캐스팅에 됐다고 해서 가족들과 비싼 꽃게를 먹었다. 책임져달라'고 했을 정도였죠."
그렇게 얻은 정명석이란 커다란 기회를 그는 부단한 노력으로 매력적인 인물로 빚어냈다. 인물의 생동감을 입체적으로 살려내고자 했고, 드라마 특유의 유쾌함을 현장감있게 이끌기 위해 배우, 스태프들과도 끊임없이 교감하며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정명석뿐 아니라 강기영 본캐도 '촬영장의 서브 아빠'이자 '유니콘 멘토'가 되어 집요하게 캐릭터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그는 정명석을 뜨겁게 사랑했고, 그 사랑이 제것이 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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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배우들 케미스트리가 보통이 아니었어요. 오디오가 빌 틈이 없었죠.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저였지만요. 촬영장에서 '여러분의 자양강장제가 되어드리겠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한바다즈에서 제가 가장 연장자예요. 제가 먼저 편하게 대하고 장난도 치니까 나중엔 친구들이 오히려 저를 우쭈쭈 해줬어요. 그간 해왔던 캐릭터들도 애정을 갖고 연기했지만 이번 드라마는 특히 감정 교류가 기존보다 많았어요. 그런 유대감에서 오는 새로운 감명을 정말 많이 받으면서 연기했죠. '연기하는 거 진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요."
강기영,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애드리브를 상황 맥락에 맞게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돋보이기 위해 하는 거라기보다는 인물의 성격이 좀 더 드러날 수 있게끔요. 이번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유효타가 많았어요. 잘 살아서 방송에 나갔더라고요. 예전부터 좀 미친X 같았어요. 이렇게까지 다 내려놓고 애드리브를 할 수 있나 싶었죠. 그런데 결과물을 보면 쑥스럽기도 하면서 뿌듯하더라고요. '오 나의 귀신님'에서도 조정석 배우를 향해 '난 형한테 다 줄 수 있어'하면서 바지까지 다 벗었는데 지금 다시보니 '진짜 맹랑했다' 싶더라고요. 그저 모두에게 현장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정명석은 그간 강기영이 연기해온 캐릭터들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능글 맞은 '개그캐' 연기는 tvN '김비서가 너무해' 박유식과, MBC '내 귀의 테리우스'의 김상렬 때부터 탁월했다. 하지만 정명석이란 옷을 입은 강기영은 더 이상 웃음에만 머무르지 않고, 부드러움 속에 단단함을 뭉근하게 섞어내며 '잘 하는 것의 성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간 다소 웃긴 연기로만 인정받았던 강기영은 이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깊이감을 중첩시키며 입지를 탄탄하게 쌓아올렸다.
"개그적인 캐릭터를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깊이감 있는 캐릭터에 갈증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극중에서 후배들이 저를 우러러 봐주는 리액션이 많잖아요. 그런 시선이 정명석을 멋있는 시니어 변호사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대본 보면서 어떤 배우가 해도 정명석은 매력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저에 대한 대중의 기대나 호기심이 없을 줄 알았어요. '재밌는 역할만 하는 친구'라는 관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명석이 다른 문을 열어준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새 문을 열게 됐으니까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더욱 다채로운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