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제공=삼성전자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의 재고자산 총액은 21조5079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16조4551억원 대비 30.7%(5조528억원)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동안 각각 21.3%, 21.8% 재고수준이 늘어난 DX(디바이스경험·세트) 부문, 디스플레이 부문과 비교해도 상승 폭이 크다.
눈에 띄는 대목은 원재료 등 보다 '제품 및 상품'(완제품) 부문의 증가세가 높은 점이다. 재고자산은 기업이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한 '제품 및 상품', 생산 중에 있는 '반제품 및 재공품', 판매할 자산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 및 저장품' 등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완제품 재고수준은 6개월 사이 각각 2조9025억원·1조693억원 늘어났는데, 이는 전체 증가분의 57.4%·36.1%를 차지했다.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고자산을 늘렸고, 결과적으로도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반도체 사업이 매출 28조5000억원, 영업이익 9조9800억원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견조한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확대한 결과다. SK하이닉스도 13조81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최고치(지난해 4분기) 12조3766억원을 1조원 이상 웃돌았다.
다만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요가 본격적인 내리막을 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늘어난 재고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시장에서는 D램 등 메모리 칩 단가하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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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의 고정거래 가격은 2.88달러로, 전달 대비 14.03% 하락했다. 2019년 2월(-14.5%)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산업 전반의 투자 규모가 줄었고, 세트 판매도 주춤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낮아진다는 것은 재고 소진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라면서 "높은 재고 수준을 이른 시기에 벗어나지 못하면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한다거나 신제품 생산 및 판매에서 뒤처질 수 있는 등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