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며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치맥'(치킨+맥주) 가격이 급등하자 직접 술을 빚는 '신가전' 수요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혼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비싼 외식 대신 집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다. 업계는 레시피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을 시도하는 등 가전 불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와 통계청에 따르면 폭염과 잦은 비, 전세계적인 물류비의 급등 등으로 외식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약 30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외식 메뉴 중 치킨이 1년 전보다 11.4% 올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고, 맥주(7.7%)와 소주(6.8%) 등 주류 가격도 상승했다. 이외에도 삼겹살(11.2%), 피자(8.5%) 등 통계청이 집계하는 전체 외식 품목 39개의 물가가 모두 올랐다.
LG전자가 선보인 프리미엄 수제 맥주 제조기 홈브루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최근 고객이 직접 맥주 원료를 조합해 800가지 이상의 다양한 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홈브루 신제품을 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판매량이 지속 상승해 온 홈브루 고객들의 맥주 레시피 다양화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제품이다. 색상에 따라 출하가 기준 144만~149만원대로, 집 밖에서도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병입 숙성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의 복합 조리가전인 '비스포크 큐커'도 전자레인지·오븐·그릴·에어프라이어 기능을 한 데 모아 320가지의 큐커 전용 레시피를 제공한다. 기존 간편식에서 레스토링 간편식과 치킨 등 육류, 다이어트 식품, 어묵 등 외식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품목을 조리할 수 있다. 출시 1년을 맞아 협력사가 8곳에서 18곳으로 2배 이상 늘었으며, 누적 판매량은 12만대를 넘어섰다.
이들 가전의 공통점은 세련된 디자인과 좁은 공간에 적합한 크기,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레시피를 갖췄다는 점이다. 냉장고·세탁기 등 크고 활용이 제한적인 기존 백색가전보다 유연한 사용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취미와 실리를 모두 챙기는 '취테크'(취미+재테크) 소비가 늘면서 신가전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선호도에 따라 소비하기 때문에 가전 불황에 영향이 적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