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진이형, 이젠 물 탈 돈도 없어"…신작출시 미뤄진 엔씨 '한숨'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2.08.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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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진이형, 이젠 물 탈 돈도 없어"…신작출시 미뤄진 엔씨 '한숨'


"택진이형. 우리들은 이제 돈이 없어. 더 하고 싶어도 못 하겠어."

리니지 진성 유저인 '린저씨' 주주들의 한숨 섞인 말이다. 아이템을 위해 거액을 쏟아붓는 것도 마다하지 않던 린저씨들은 예상보다 저조한 엔씨소프트의 2분기 실적 발표 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시 반등에 힘입어 엔씨소프트 주가도 상승하는 듯 했으나 올해 예정됐던 신작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또다시 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증권가도 남은 하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본다.



16일 엔씨소프트는 전 거래일 보다 7000원(1.82%) 하락한 37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달 간 국내 게임주 카카오게임즈(17.96%), 크래프톤(12.79%), 펄어비스(11.24%) 등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엔씨소프트는 2.8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12일 엔씨소프트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보다 17% 증가한 6293억원, 영업이익은 9% 증가한 12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평균 전망 1419억원보다 약 13% 감소한 것인데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4.94% 하락 마감했다.



엔씨소프트가 기대 이하 실적을 낸 배경엔 모바일 게임 매출 감소가 있다. 2분기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4752억원으로 전 분기 보다 25.83% 감소했다. 주력인 '리니지W'과 '리니지2M'의 매출이 전 분기 보다 각각 40%, 56% 줄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리니지W과 리니지2M은 올 초까지만 해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각각 1위,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기준 4위, 9위로 밀려났다. 출시 효과가 사라지고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와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엔씨소프트는 한때 주가가 100만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리니지 이후 내놓은 신작 '블레이드&소울2', '트릭스터M' 등이 유저들 기대에 못 미치자 주가가 계단식으로 하락했고 현재는 '3분의 1'토막났다.


게다가 리니지 게임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유저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리니지2M 관련 프로모션(광고)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주장해온 유튜버 BJ A씨가 엔씨소프트로부터 리니지2M 방송을 진행해도 리니지W 방송 횟수로 인정받는다고 하면서 '뒷광고'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 6월에도 리니지2M에서 TJ쿠폰 지급 이벤트 예정 사항이 사전 유출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신작 출시가 지연되면서 당분간 엔씨소프트는 기존 게임 매출로만 하반기를 버텨야 한다. 엔씨소프트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신작 MMORPG 'TL' 출시, 리니지W의 북미·유럽 출시 등의 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의 엔씨소프트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졌다. 이날 △NH투자증권 55만원→50만원 △대신증권 58만원→45만원 △미래에셋증권 48만원→45만원 △케이프투자증권 49만원→46만원 △키움증권 53만원→43만원 등으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규익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정보가 공개되는 자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나 지속되는 출시 일정 지연에 주가가 신작 기대감을 반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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