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반지하 주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반지하는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 사업에 실패한 기택의 가족이 살던 집처럼 인생의 '막장'으로 취급됐다.
홍씨는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소득도 올렸다. 홍씨는 백화점·면세점 관련 외국계 업체에 재직하면서 노조 활동도 열성적으로 했다. 홍씨는 미성년 딸이 있는 한부모 가족 가장이었는데, 구청에 따르면 그동안 한부모가족 양육지원 신청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만 18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세대주는 소득이 중위소득(2022년 4인가구 기준 512만1080원)의 52% 이하(266만2962원)면 양육비를 받을 수 있고, 60%(307만2648원) 이하면 건강보험료 경감, 주거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홍씨의 정확한 소득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생계급여나 의료급여는 더 낮은 소득자(기준 중위 소득의 40%)에게 지급한다.
습하고 사생활 보장도 안되는 반지하에 선뜻 보금자리를 꾸미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반지하가 특수하지만은 않은 주거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수도권 과밀화와 그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주거 정책때문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지난 정부 공급 확대가 아닌 세금을 통한 매매 수요 억제 위주의 주거 정책은 반지하 수요를 굳건하게 했다.
구글어스를 보면 홍씨의 빌라 지표면은 해발 16미터다. 300미터 정도 떨어진 신대방역 아래 도림천 15미터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번 물난리가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홍씨의 집과 같은 저지대가 적지 않은데, 비상시 출입구 확보 매뉴얼 하나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게 비정상적이다. 이것이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나라의 수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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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반지하 퇴출'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서울시가 대책으로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하고 나왔을 때 반지하 거주자들이 반발한 것은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반지하의 존재' 자체로 돌리는 당국의 태도 때문이다. 강남이 물에 잠겼다고 해서 강남의 존재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소득격차, 자산격차 문제로 돌리려는 태도 역시 또다른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다. 반지하가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최소 십수년 동안은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그곳에 터잡은 이들이 안전과 주거권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