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스즈키 뉴욕현대미술관 부관장. /사진제공=현대카드
자본과 문화예술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상극으로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를 탄생시킨 메디치 가문의 금은보화는 유럽 르네상스를 꽃 피운 거름이 됐다.
모마의 6개 부문 전시팀을 비롯해 아카이브, 라이브러리, 소장품 연구 및 작품보존 등 학예 부서 전반을 이끄는 스즈키 부관장의 방한은 다소 이례적이다.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콧대 높은 미술 애호가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시·연구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와중에도 굳이 직접 뉴욕 맨해튼을 떠나 서울 이태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의 초대를 받고 한 달음에 왔단 설명이다.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 /사진제공=현대카드
엔데믹에 맞춰 시작한 현대카드의 아트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은 동시대미술에 대한 현대카드의 열정에 대한 모마의 보답이다. 스즈키 부관장이 직접 방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현대카드는 2006년부터 모마와 파트너십을 맺고 디자인에서 시작해 모마의 컨템포러리 아트 사업을 전폭적으로 후원해왔다.
특히 최근 모마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치며 조성한 미디어·퍼포먼스 아트 전용공간 '마리 조세&헨리 크라비스 스튜디오'가 동시대미술의 장(場)으로 자리잡는 데 모든 전시를 단독후원한 현대카드가 공이 컸다. 스즈키 부관장은 이 당시 재개관 전시 프로그램을 담당하며 현대카드와 머리를 맞댄 경험이 있다.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 건물 지하에 위치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진행 중인 뉴욕 현대미술관의 주요 미디어·퍼포먼스 컬렉션을 선보이는 '스며드는 빛'(Pervasive Light) 전시. 작품은 마틴 심스의 'Lessons I-CLXXX'와 월페인팅 'GIRRRLGIRLLLGGGIRLGIIIRL'. /사진제공=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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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부관장은 현대카드의 지원이 없었다면 미디어·퍼포먼스 아트 장르에 대한 도전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비용부담으로 예술기관이나 예술가 단독으론 추진하기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기업이 위험부담을 안고 후원해 시도할 수 있었단 것이다.
그는 "크라비스 스튜디오는 일종의 실험공간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데, 실험이란 리스크를 수반하는 용어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현대카드가 새로운 공간과 예술활동을 뚝심있게 후원했고, 이 덕분에 여러 실험이 가능한 창의적인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즈키 부관장은 향후 현대카드와의 동행을 통해 한국 미술시장과의 연결도 기대하고 있다. 스즈키 부관장은 "수 십여년 간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예술을 경험하는 플랫폼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현대카드의 아트 라이브러리나 모마와 협업한 전시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미술 애호가들이 더 많이 알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