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만 최악의 폭우…"아직 예비비 쓸 때는 아냐"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2.08.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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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대방역 1번출구 인근 보도블럭이 폭우로 인해 파손 돼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대방역 1번출구 인근 보도블럭이 폭우로 인해 파손 돼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부지방에 쏟아진 115년 만의 역대급 폭우로 침수·붕괴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의 '비상금'격인 예비비 투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재정당국은 피해 규모가 확인되면 우선 각 부처의 재난 대응 예산부터 투입해야 해 아직은 예비비 투입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 서울청사가 위치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준으로 지난 8일 강수량이 381.5㎜, 시간 최대 강수량이 141.5㎜(저녁 8~9시)에 달해 1907년 서울 기상 관측 이래 1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물폭탄급' 폭우에 주택 침수, 옹벽 붕괴, 보도블록 파손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의 예비비를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초과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사업별 내역을 확정하지 않고 편성하는 자금이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 기준 예비비 3조9000억원을 편성했고 1~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규모를 5조5000억원까지 확대했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폭우 피해가 발생한 경우 예비비 중 미리 사용 목적을 지정하는 목적예비비를 지출한다. 예비비는 목적예비비와 별도의 목적 지정 없이 일반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예비비로 구분한다. 정부는 지난 2020년 7~8월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총 3조4277억원을 투입했는데 이 가운데 4976억원을 목적예비비로 충당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방문해 폭우로 인한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방문해 폭우로 인한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뉴스1
다만 기획재정부는 아직은 예비비 투입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우선 기상청 예측대로면 호우가 오는 12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라 이후에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해 규모가 산정되더라도 예비비보다는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각 부처에 배정된 재난 대응 예산부터 우선 지출하고 여력이 부족할 경우 예비비를 투입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농식품부의 경우 올해 본예산 기준 1500억원의 피해 복구 지원비가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피해 복구 예산은 아직 충분한 상황"이라며 "호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 가축 피해 등이 있으면 피해 규모에 따라 신속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우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부처별 재난 대응 예산뿐 아니라 예비비마저도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로선 연말까지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예측하기 어렵고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비비 여력을 남겨둘 필요도 있다.


기재부는 올해 총 5조5000억원의 예비비 중 현재 기준 잔액이 얼마인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헌법에 근거해 차년도 국회에 별도로 예비비사용총괄명세서를 작성·제출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당 연도에 예비비 배정·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폭우로 인해 도로·교각이 유실되는 등 복구 비용이 많이 드는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며 "예비비가 이번 사태에 대응할 수준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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