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5일 분기별 실적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알리바바, 디디추싱, 쿠팡 등 세계 정보기술(IT)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기술주 보유 지분을 연이어 처분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습격에 회사의 실적을 책임지는 세계 최대 기술 펀드 '비전펀드'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로 커지면서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소프트뱅크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지난 4~7월 사이 우버 지분을 주당 평균 41.47달러(약 5만4114원)로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버의 주가는 31.85달러다. 소프트뱅크는 2018년 우버 지분을 처음 취득했으며 2019년 한때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우버 지분의 3분의 1을 매각하면서 지분 정리에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우버 지분 평균 매입가가 주당 34.50달러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4일 선불선도계약(prepaid forward contracts)이라는 일종의 파생상품을 통해 알리바바 지분 매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모험 투자자'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준 대표적인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비전펀드, '황금알' 거위서 '적자' 미우새로소프트뱅크의 연이은 기술기업 투자 지분 정리는 비전펀드 부진으로 커진 순손실을 만회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2분기(4~6월) 3조1267억 엔(약 30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적자 규모의 4배이자 1981년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또 2005년 이후 17년 만에 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특히 비전펀드는 분기별 순손실 규모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인 2조93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정보기술(IT) 및 스타트업 기업 투자로 구성된 비전펀드를 설명 중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로이터=뉴스1
비전펀드는 알리바바, 디디추싱, 바이낸스 등 중국 빅테크에 대한 초기 투자로 큰 수익을 얻는'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불렸다. 한국의 쿠팡, 우버 등도 포함돼 특히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 물가상승 속 주요국의 적극적 금리인상 움직임에 기술주의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비전펀드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이젠 '적자'만 내는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비전펀드가 30억 달러를 투자한 쿠팡의 주가는 지난해 상장 당시 46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20달러로 추락했고, 비전펀드는 쿠팡에서만 2934억 엔(약 2조94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소파이 주가는 올해에만 50%가량 빠졌는데, 8일 소프트뱅크의 추가 지분 처분 소식에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3.13% 더 빠졌다.
한편 손 회장은 2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서 "조금만 더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제대로 투자했다면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2분기 최악의 실적이 성급한 투자에 따른 실패의 결과라고 인정했다. 이어 "지금 같은 주식시장 하락기는 투자하기 완벽한 때로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싶은 충동이 있다. 하지만 이를 행동에 옮기면 되돌릴 수 없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투자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