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밤낮없는 택시 대란, 상시 탄력요금제가 해법

머니투데이 이선하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 교수 2022.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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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하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대한교통학회장)이선하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대한교통학회장)


심야 시간 중심으로 시작된 택시 대란이 최근 낮 시간대에도 심화되며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운행시간을 연장하고 국토교통부는 심야 피크시간인 밤 10시~새벽 2시 사이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시간대만 도입되는 탄력요금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정 시간대에만 기사들이 몰려 경계 시간엔 공급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대가 아닌 수요·공급 현황에 맞춰 탄력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된 탄력요금제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이 유동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다. 항공 요금과 호텔 숙박료의 경우 날짜와 요일, 휴일 여부에 따라 탄력요금제가 적용된다. 영화 관람료에도 시간, 요일, 좌석별로 가격을 달리하는 등 점차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택시 탄력요금제는 실시간 수요·공급을 기반으로 △탑승 시간 △장소 △운행 거리 △교통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요금을 책정해 택시기사의 수입과 승객의 편의성을 배가시킨다. 서둘러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이용자는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 수요가 감소하고, 택시기사들은 더 높은 요금을 받기 위해 탄력요금제가 적용되는 지역으로 이동해 공급이 증가하는 효과가 동반된다.



택시기사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하고 새로운 기사들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간대에 국한되지 않고 상시 적용되는 탄력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 서울 전체 택시 중 95%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중형택시에 적용된다면, 택시 업계 전체의 수입이 늘게 돼 운행이 증가하고 택시 대란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 또한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열악한 환경과 낮은 수입으로 운전대를 놓았던 기사들이 돌아오고, 젊은 인력이 유입돼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고령화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유연한 택시 요금 체계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우버는 해외에서 선제적으로 탄력요금제를 적용, 차별화된 가격 정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특히 탄력요금제가 적용된 택시 요금을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확인 절차를 통해 투명한 탄력 요금 산정 시스템을 운영한다. 기사용 앱에 탄력요금제가 적용된 지역을 안내하며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역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이용자가 원할 경우 요금이 다시 내려갔을 때 알림 설정 기능도 제공해 이용자 편의성 또한 갖췄다.

급감한 택시기사 수에서 비롯된 택시 대란은 특정 시간대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60세 이상이 74%인 고령의 개인택시기사들이 야간 운행을 꺼려 현재 야간에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 것일 뿐, 낮을 포함한 모든 시간대에서 택시 공급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대안으로 떠오른 중형 택시 탄력요금제는 수요·공급 균형을 맞추는 것과 더불어 높은 수익성으로 새로운 기사들의 유입을 유도해 택시 공급 문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플랫폼, 택시 업계 등 국내 택시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소비자의 수용성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탄력요금제 서비스를 제공해 택시 산업 활성화를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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