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1차 치료제 또 실패, 높은 벽 실감… HLB의 9월이 기대되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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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1차 치료제 또 실패, 높은 벽 실감… HLB의 9월이 기대되는 이유


간암 1차 치료제 개발이 또다시 벽에 부딪혔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에자이의 키트루다·렌비마 병용 요법이 임상 3상에서 아쉬운 결과를 냈다. 간암 1차 치료제 개발에 여러 제약사가 도전했지만 연달아 고배를 마시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HLB (110,100원 ▲500 +0.46%)가 유일하게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력 경쟁 제품이 실패한 만큼 오는 9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될 HLB의 임상 데이터에 이목이 쏠린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LB는 내달 9일부터 열리는 ESMO에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에 대한 10건의 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이번 ESMO에서는 간암 1차 치료에서 항서제약의 PD-1 저해제인 캄렐리주맙과 리보세라닙의 병용 요법 임상 결과가 공개된다. 앞서 HLB는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 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캄렐리주맙과의 병용 요법 임상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제약사의 유력한 경쟁 파이프라인이 최근 실패했기 때문이다.



머크와 에자이는 최근 간암 1차 치료제 임상 3상에서 전체 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당 임상은 키트루다와 렌비마를 병용 투여해 렌비마 단독 투여군과 비교하도록 설계됐다. 렌비마는 간암 표준 치료제인 '넥사바' 대비 비열등성을 인정받아 허가된 약이다. 그러나 키트루다와 렌비마 병용 투여군이 렌비마 단독 투여군과 비교해 OS와 PFS에서 더 뛰어나지 않았다는 게 임상에서 드러났다.

의료계 관계자는 "임상 디자인이 조금 아쉽다. 렌비마가 넥사바와 비열등성을 인정받아 대조군을 렌비마로 설정한 것 같다"며 "처음 승인받았을 때와 달리 지금은 렌비마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도가 높아져서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렌비마의 치료 효과가 상당히 좋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입장에서는 간암에서 키트루다·렌비마 병용 요법을 앞으로 치료 옵션으로서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HLB 관계자는 "만약 키트루다·렌비마 임상 3상이 성공했다면 큰 경쟁 약물이 될 뻔했다"며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 요법과 유사한 신생혈관억제제 기전이기 때문에 이번 임상 실패로 자연스럽게 ESMO에서 HLB의 발표가 더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현재 간암 1차 치료에서 허가받은 병용 요법은 로슈의 티쎈트릭·아바스틴 조합이 유일하다. 뒤이어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으로 간암 1차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글로벌 제약사의 시도가 잇따랐지만 아직 허가된 약물이 없다. 앞서 엑셀리시스가 카보메틱스와 티쎈트릭을 병용해 간암 1차 치료제를 개발해왔으나 지난달 OS를 의미 있게 개선하지 못했다는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 조합만이 성공해 연말까지 미국 식품의약처(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HLB 파이프라인과는 기전이 달라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되지 않을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발루맙은 PD-L1 저해제로 티쎈트릭과 같지만 트레멜리무맙은 세포독성 T림프구 관련 단백질(CTLA-4)을 억제한다.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조합은 임상 3상에서 19.2개월의 OS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조합이 이와 비슷한 수치만 보여줘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만약 이를 뛰어넘는 데이터를 공개한다면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 지위까지 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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